지난해와 올해 국내 프로야구의 화두는 단연 ‘한화 이글스’다. 만년 하위팀이었던 한화는 지난해 포기를 모르는 근성과 투혼으로 야구팬들을 중독시켰다. 마약의 일종인 마리화나에서 따온 ‘마리한화’라는 별칭이 무색하지 않았다. 그러나 올 시즌 한화를 바라보는 야구팬들의 시선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불과 1년 만에 ‘찬사’에서 ‘비난’으로 뒤바뀐 중심에는 한화의 ‘리더’ 김성근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올 시즌 김성근 감독은 선수를 믿지 못하는 무분별한 기용, 선수와 구단의 미래를 담보한 근시안적인 운영으로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여기에 구단 내 소통의 단절로 일부 코치들은 짐을 쌌고, 김 감독의 아들인 김정준 한화 전력분석코치의 월권행위는 주요 선수의 태업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한마디로 리더가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흔들리면서 거대한 조직이 순식간에 와해된 셈이다. 그 결과는 프로야구 순위표 맨 끝자리에 위치한 한화의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비단 야구에서 뿐만 아니라 리더의 중요성은 우리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원리다.


‘11년 연속 세계 1위’에 빛나는 인천공항은 올해 초 한바탕 홍역을 앓았다. 이른바 ‘수하물 대란’이 벌어지면서 160여 편의 항공기가 무더기로 지연되고 수하물 5000여 개가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방치됐다. 일부 여행객들은 공항에서 몇 시간씩 대기하는 것도 모자라 비행기에 짐을 싣지 못하고 출발하는 사례까지 속출했다. 물론 단순한 사고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천공항공사의 리더십 부재를 꼬집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인천공항공사는 지난 2013년 6월 임명됐던 정창수 사장이 취임 9개월 만에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사퇴했고, 이후 7개월간 공석으로 운영되다가 2014년 10월 박완수 사장이 취임했지만 그마저도 1년2개월 만에 총선 출마를 위해 사표를 던졌다. ‘낙하산 인사’로 자리를 차지한 것도 모자라 더 좋은 자리로 옮겨갈 생각만 하는 리더에게 그 조직의 발전적인 미래를 기대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인가.


반대로 한화의 몰락과 대비되는 팀이 있다면 넥센 히어로즈를 꼽을 수 있다. 넥센은 메이저리그로 진출한 박병호를 비롯해 핵심 선수들의 이적과 부상 등으로 당초 꼴찌 후보로 거론됐으나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염경엽 감독의 리더십에 기인하고 있다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비유해서 말하자면 인천공항공사 정일영 리더의 취임으로 항공 물류업계에서는 나름 기대가 컸었다. 교통전문 물류전문 항공전문가라는 나름의 수식어가 붙어다녔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해이해진 인천공항공사의 ‘의전 행태’의 잣대로 견주어 보면 고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우려가 생긴다.   


지난 13일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안으로 임기가 끝나는 공공기관장과 국책연구원장의 수는 30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리더십의 부재가 조직에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는 익히 봐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한 번 형형색색의 ‘철부지 낙하산’들이 하늘을 뒤덮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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