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에서 건설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줄어들면서 건설기술자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시험 난이도에 따른 자격 검증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방식의 공학교육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기술사회는 지난달 10일 미국 텍사스주 기술사 등록위원회와 ‘기술사 상호인정 협정(MRA)’을 체결했다.
이번 협정은 2012년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후속조치에 따른 것으로 상대국의 기술사를 자국의 기술사와 동등하게 상호 인정하는 것을 주요내용으로 하고 있다.


기술사회는 이에 앞서 지난해에도 호주기술사회와 MRA를 체결한 바 있다.


한국건설기술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등록 건설기술자 수는 약 70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 가운데 취업자는 약 50만명으로 전체 등록 건설기술자의 70% 정도만이 취업한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건설산업의 비중이 1990년대 초반 10%대에서 2011년 이후 4% 이하로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건설기술자들의 해외 진출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평가다.


미국은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2012년 기준 34.2%)을 확보하고 있는 나라다.
또한 호주는 연간 엔지니어 수요(1만5000∼2만2000명)에 비해 공급(9500명)이 부족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술사뿐만 아니라 건축사 역시 해외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대한건축사협회는 유럽건축사회와 연 2회에 걸쳐 회의를 열고 MRA 체결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협의할 방침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MRA 체결이 당장 건설기술자들의 해외진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실제로 지난해 호주와의 MRA 체결 이후 국내 기술사의 호주 진출, 그리고 현지 기술사의 국내 진출 사례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기술사회 관계자는 “기술사를 비롯한 전문자격의 상호인정 제도는 기타 일반 재화의 거래와 달리 언어나 문화, 법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려해야 할 부분이 많기 때문에 아직 활성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MRA 체결은 단순히 산술적인 평가에 앞서 우리나라 건설기술자들의 능력이 미국이나 호주와 동등한 수준으로 평가를 받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아울러 앞으로는 자격제도를 운영함에 있어 시험 난이도를 통한 검증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되고 있는 ‘공학교육인증’에 초점을 맞춰야 할 뿐만 아니라 어학능력에 대한 교육 또한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술사회는 내달 중 호주기술사회와 회의를 통해 MRA 체결 이후 인력교류 현황에 대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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