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와 이세돌이 펼친 세기의 대국이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특히 다섯 번의 대국에서 네 번이나 알파고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인공지능(AI)이 어디까지 발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과연 AI가 인간을 뛰어넘은 것일까? AI가 인간을 완벽하게 대체하는 세상이 올까?


물론 AI의 발전이 인간에게 나쁠 이유는 없다. 최근 여기저기서 회자되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현실이 되면 교통사고의 원흉인 음주운전, 졸음운전 등이 사라질지도 모른다. 노인이나 여성, 장애인 등 운전이 능숙치 못한 사람들에게도 자율주행차의 등장은 희소식일 수 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가 탑승해 목표지점을 설정하면 핸들이나 브레이크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AI가 목표지점까지 스스로 주행환경을 인식해 운행하는 자동차를 말한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가 인간의 운전을 완벽하게 대체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아직 갈 길이 멀다”로 귀결된다.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에 대한 연구는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해 10월 자율주행차의 고속도로 합류, 차선 변경, 차간 유지 등의 기능을 선보였다. 앞서 벤츠는 지난 2013년 8월 자율주행 연구차량으로 독일 남서부 만하임에서 포르츠하임까지 103㎞를 운전자 없이 시속 100㎞ 내외로 주행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일단 기술적으로는 자율주행차가 일반도로를 달릴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운전면허나 사고가 났을 때 책임소재와 보험처리 등 법적인 부분도 문제의 소지는 있으나 해결하지 못할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윤리적인 시각에서 들여다보면 의문부호가 든다. 자율주행차를 운전하는 AI가 도덕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 중 개나 고양이 등이 도로로 뛰어드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만약 개나 고양이와의 충돌을 피하기 위해 급정거를 하거나 핸들을 꺾을 경우 탑승자가 더 위험해진다면 AI는 어떤 선택을 할까? 또 도로로 뛰어든 것이 개나 고양이가 아니라 사람이라면 AI의 선택은 어떻게 바뀔까?


자율주행의 효과에 대해서도 달리 생각해볼 만한 여지는 있다. 최근 열렸던 자율주행차 관련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어쩌면 운전자들이 자율주행차의 등장을 크게 반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이색적인 의견을 내놨다. 그만큼 운전의 ‘재미’도 무시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자율주행차가 기술이나 법, 그리고 윤리적인 문제를 넘어 온전히 AI의 테두리 안에서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운전이 주는 재미와 즐거움까지 대체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든다. 머지않아 현실이 될 자율주행차 시대가 멀게만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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