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은 건국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언론인으로서 지금을 대한민국 최대의 위기라 기록하고자 한다. 위기는 북핵으로부터 시작됐으나, 대응 과정에서 위기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대통령의 독단이 이 위기의 으뜸이요, 적재적소에 배치되지 않은 인사가 위기의 근간이며, 이 와중에 공천이나 받겠다고 쏘다니는 정치꾼들이 위기의 뿌리다.


이웃집 무뢰배가 무례한 짓을 하면, 그를 응징해야 한다. 그러나 개성공단 철수라는 결정으로 우리 식구의 발등을 찍었다. 핵개발 돈줄이 부족해진 이웃집의 아픔보다, 하루아침에 사업을 접어야 하는 집안 식구의 아픔이 더 치명적이다. 경제적 손실도 더 크다. 그들은 지금 슬픔에 차 있다.
하루아침에 개성공단을 철수하겠다는 대통령의 결단에 국무위원들은 뭘 하고 있었나. 우리 식구에게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 경고를 하고, 경고에 응하지 않으면 장비를 빼내는 방식으로 ‘시간도 벌고 압박도 가하는’ 그런 방식으로 접근할 수는 없었나. 설마 대통령이 ‘홀로 결재’한 ‘고도의 통치행위’는 아닐 것 아닌가.


국무위원이라면 적어도 직언을 해야지. 그저 ‘귀 빼고 좆 뺀 당나귀’ 꼴로 눈만 껌벅이고 있었단 말인가. 개성공단은 나아가 평양으로 신의주로 확대돼야 한다고 왜 말하지 못했는가. 산업기반 통일도 이뤄내고, 통일비용도 줄이려면 오히려 늘려야 한다고 왜 설득하지 못했나. 이런 말 한마디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고 있을 거라면 그까짓 장관, 사표 쓰고 때려 치워야지. 족보나 묘비명에 ‘장관’이라는 기록이나 남기고 싶은 심정이라면, 그렇게 버티고 계시라. 그러나 국민들의 눈에는 예전처럼 존경스런 장관이 아니라 ‘당나귀 같은 분’으로 기억될 뿐이다.   


핵무기 또한 우리가 만들 수 없는 첨단과학은 아니다. 이미 70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의 기술수준 범주 내에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사찰을 받아야 하는 지위에 놓여 있다. 더욱이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로서는 국제사회의 고립은 치명적이다. 자급자족이 가능한 이란도 핵포기를 선언하는 마당에 수출의존도가 70%를 초과하는 우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
그러니 우리는 고도의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언제 국제사회가 우리의 경제도약을 반겼으며, 그들이 언제 우리의 통일을 도우려 했나. 약육강식 동물의 세계처럼 북한은 중국의 주변국가로 흡수되기를 바라고 한국은 영원히 반도의 반쪽에 머물러 더 이상 대륙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나라로 있어주기를 바라 왔다. 나아가 우리는 핵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북한이 핵을 완성하면, 그들은 하루아침에 우리를 백안시해버린다. 외교에 대한 ‘deep’한 정보가 없더라도 이 정도는 예상할 수 있는 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우리는 만들어야 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할 때까지만 자위적 수단으로’라는 명분 등을 내세워 만들어야 한다. 물론 겹겹의 고난이 따르겠지만 우리의 최종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약육강식의 국제현실에 맞서, 국민들에게는 고통을 감내하자며 ‘국민통합’을 이뤄 나가야 한다.


국가의 운명 앞에 이런 난제가 있다는 것 자체가 위기다. 이런 위기 속에 관가에서는 ‘기재부 독주시대’가 열리고 있다. 아직도 달콤한 전리품이나 챙기는 안일함에 빠져 있다. 불과 얼마 전, 열차가 뒤집어지고 건물이 무너지고 다리가 붕괴됐던 시절, 그 시절 인사를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전리품만 챙기다가 맞이한 국가적 재앙이 자명하다. 그곳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 아니면 그곳 상황을 모르는 법. 지금쯤 어느 곳을 점검해야 하는지 꿰뚫어 보지 못한다. 상사의 관심이 멀어지면 느슨해지는 법. 그래서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 국가안전과 외교적 난제를 풀어나갈 인재를 전진배치해야 할 시점이다.


이 와중에 공천 받겠다고 물밑으로 움직이는 사람들도 있다. 국가의 위기에는 눈 감고 그저 일신상의 영달을 위해 정당의 위력을 등에 업겠다는 준동(蠢動). 정당은 오히려 이를 즐기고 있다. 선거구 또한 국민의 편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정당의 이익을 쫓아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람과 이런 정당인들에게 20대 국회를 맡겨야 한다는 게 이 시대의 슬픔이자 위기인 것이다.
북핵 이렇게 대응하자, 국가의 위기 이렇게 극복해 나가자는 슬로건을 보고 싶다. 언론인으로서 하도 답답해 일갈한다. 제발 정신들 좀 차리자고…….
 

2016년 2월 18일
조관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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