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공식 출범하면서 우리 건설업계도 기대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해외수주 기회는 늘어날 수 있겠지만 철저한 준비가 이뤄지지 못할 경우 자칫 설레발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6일 중국 베이징에서는 AIIB 개소식과 창립총회가 열렸다.


AIIB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개발도상국의 교통, 통신, 건설 등 인프라 구축을 위해 투자재원을 조달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올해 최대 10건의 프로젝트에 대해 12억 달러 대출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대출 규모는 오는 2018년 35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예상치 못한 메르스 사태와 저유가 등으로 내우외환을 겪었던 우리 건설업계로서는 해외수주에 숨통을 트일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특히 AIIB는 세계은행(WB), 아시아개발은행(ADB) 등과 달리 인프라 관련 투자에만 주력할 것으로 알려져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아시아 인프라 시장 규모는 향후 10년 동안 연평균 7~8% 성장해 2025년 글로벌 인프라 시장의 약 60%인 5조3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우리 건설사들에게 AIIB의 투자는 곧 해외수주 창출의 기회로 다가올 수 있다.


문제는 AIIB의 투자가 다자개발은행(MDB) 방식으로 이뤄진다는 데 있다.


MDB 방식은 은행이 여러 국가들로부터 필요 자금을 차입한 후 투자 역시 국가를 대상으로 하게 된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 수익성이 낮고 공사기간이 길다는 점이 MDB 방식의 특징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민형 연구위원은 “MDB 방식은 국가 차원의 지원사업이 대부분이라 수익성이 떨어지는 데다 규모가 크더라도 고도의 기술력을 요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따라서 우리 기업들이 중국이나 인도 기업들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공적인 절차도 복잡하기 때문에 민간 기업으로서는 참여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WB, ADB 등 MDB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업에 대한 우리나라 기업의 참여율이 약 1% 수준에 그치고 있는 이유다.


결국 전문가들은 AIIB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금융시장이 협력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국제무역연구원 이봉걸 연구위원은 “대규모 아시아 인프라 시장을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민관합동 협력체제를 구축, 종합적으로 대응해 나가야 한다”면서 “기업은 AIIB를 활용한 해외진출 전략 수립, 금융기관은 해외수주 자금지원, 정부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에게 신속하고 종합적인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MDB 방식의 특성상 중국 기업과의 컨소시엄 구성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MDB를 통한 프로젝트는 우리 기업의 과거 실적이 부족해 진입장벽이 높다”며 “다만 일단 수주에 성공해 실적을 축적하게 되면 이후에는 지속적인 사업 참여가 가능하기 때문에 MDB 사업에 대한 경험과 정보에서 우위를 지닌 중국 기업 및 기관과의 컨소시엄 구성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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