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 제고방안 시행과 부실기업 퇴출 등 건설업계에 부는 한파가 매섭다.
연말이면 새로운 기록을 쏟아내며 새해를 기대하게 했던 해외건설도 올해는 유가하락으로 성적이 초라해 업계가 느끼는 한파의 체감도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내년부터 ‘수주산업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회계투명성 제고방안은 건설·조선 등 수주산업에서 장부상 이익이 일시에 대규모 손실로 전환되는 ‘회계절벽’을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방안은 △사업장별 진행률 △미청구공사 잔액 △공사대손충당금 △공사손익 변동분 등 공시와 핵심감사제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건설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내역이 공시되면 원가율 추정이 가능해 해외건설 수주에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A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원가율이 공개되더라도 국내 업체가 수주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그러나 해외에서는 경쟁업체가 국내 건설사의 원가율을 근거로 더 나은 계약조건과 금액을 제시할 경우 수주기회는 상실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다른 산업은 놔두고 건설·조선산업에만 핵심감사제를 도입하는 것도 불만이다.
B건설사 관계자는 “핵심감사제는 회계인프라가 잘 갖춰진 유럽에서도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제도”라며 “검증없이 도입했다가 부작용이 발생하면 기업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건설·조선산업에만 도입하는 것도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사업장별이 아닌 건축, 플랜트 등 부문별로 공시하고 도입 시기도 오는 2017년으로 연기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금융위는 회계 신뢰성 확보를 위해 내년 시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11일 건설업계와 만나 건의사항에 대한 타당성을 알아보기 위한 논의를 진행한 만큼 업계의 요구가 어느 정도 수용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부실 건설사 퇴출도 업계는 부담스럽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2일 건설업계 대표(CEO)와의 간담회에서 부실기업 퇴출 필요성을 언급했다.


강 장관은 이날 글로벌 스탠더드와 다르게 운영 중인 국내 제도와 관행을 근본적으로 쇄신하고 입찰제도와 보증제도 변별력을 높여 우수한 기업은 기회를 주고 부실기업은 퇴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는 취임 후 두 번째로 가진 건설사 CEO와의 간담회에서 퇴출이 언급된 만큼 강력한 구조조정이 뒤따르는 것은 아닌 지 걱정하고 있다.


현재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단은 연말까지 건설사를 포함해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을 한계기업(좀비기업)으로 지정할 방침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 적자 △2년 연속 이자보상배율 1배 미만 △2년 연속 마이너스 영업 현금흐름 등의 지표로 선정된다.
이 지표만 적용할 경우 많은 건설사가 한계기업으로 지정된다.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이 1배 미만이었던 건설사에는 GS건설, 대림산업, SK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사뿐 아니라 두산건설, 한라, 쌍용건설, 계룡건설산업, 한신공영 등 중견사도 포함돼 있다.


C건설사 관계자는 “회계투명성 제고방안과 부실기업 퇴출 소식이 가뜩이나 어려운 건설업계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수주산업의 특성을 반영해 업계가 납득할 만한 방안이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는 해외건설 실적도 신통치 않다.
올 들어 11일까지 해외건설 수주액은 437억 달러를 기록, 지난해 599억 달러보다 27% 감소했다.
저가수주 여파로 건설사의 4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호황을 이어오던 주택시장도 둔화 조짐을 보여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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