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 출신 홍남기 청와대 기획비서관이 국토교통부 2차관 자리를 고사한 것으로 알려져 국토부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국토부의 조직 분위기는 침울하다. 침울한 국토부 공무원들은 단비같은 뉴스를 기다리고 있다. 그들이 학수고대하는 뉴스는 “… 2차관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외부 인사가 고사(固辭)의 뜻을 내비쳤다”는 그런 내용이다.


최근의 국토부 공무원 사기 저하는 단순히 장관을 비롯, 1·2차관이 모두 외부에서 오는 것 때문만은 아니다. 행정수반에게 당하는 소외감이 사기 저하의 더 큰 이유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들어설 때만 하더라도 국토부 공무원들을 내심 “이제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수 있겠구나” 기대하고 있었다. ‘근대 산업화의 주역, 건설로 나라를 일으키신 박정희 전 대통령’의 영애(令愛)가 대권을 이어 받았으니 그동안 가려져 있던 건설 공무원들의 행정 역량이 재평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기대가 컸던 만큼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인사 사태’에 대한 자괴감은 더욱 크다.


특히 장차관이 모두 기재부 출신으로 채워진다는 것은 또 다른 실망이다. ‘공무원 위의 공무원 집단’인 기재부의 ‘갑질’은 제쳐두고, 곡괭이로 맨땅을 파는 건설부와 숫자를 만지는 기재부는 행정토양 자체가 다르다. 최저가낙찰제에 실적공사비를 적용해 업계를 쥐어짜고도 ‘귀에 못 박은 것처럼’ 최저가낙찰제의 고집을 꺾지 않던 기재부. 이들과 어떻게 한 토양에서 공존한단 말인가.


이 작은 땅덩어리의 나라가 세계 10위의 경제대국이 된 것은 ‘수출(輸出)’이었다. 빈궁했던 시절, 우리는 여공(여성 근로자)의 머리를 잘라 팔기도 했고, 베트남에 청춘의 피를 팔기도 했다. 남자는 독일의 지하 탄광에, 여자는 독일의 병원에서 청춘을 바쳐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 시절의 단어 수출은 이제 ‘해외경쟁력’이라는 단어로 바뀌었다. 그리고 모든 분야에서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지 못하는 유일한 분야가 있다. 기재부 산하 금융권이다.


가난한 서민의 알뜰한 저금에는 푼돈 이자를, 다급한 서민에게 돈을 빌려주면 악독한 ‘고리’를 받아 챙긴다. 그 차익으로 연말이면 금융권 ‘재피아’들은 그들만의 보너스 잔치를 벌인다. 궁해야 통하는 법인데, 궁핍해야 여러 가지 새로운 금융기법을 연구개발할 텐데 궁하지 않으니 필요성을 못 느낀다. 때문에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에 상륙해 쉽게 돈을 벌어가는데, 한국의 은행이 외국에서 돈을 벌어오는 사례는 없다.   


반면 국토부 행정휘하의 건설기업은 해외에서 삽질을 하든 콘크리트를 비비든, 국내로 부(富)를 유입하고 있다. 국토부의 행정 이념은 해외경쟁력이며, 해외경쟁력이 없는 행정기안은 쓰레기통이요, 해외경쟁력이 없는 기업은 퇴출이다.

행정토양, 행정문화가 이렇게 다른 출신이 ‘벌판 전쟁터’같은 곳의 수장자리에 올라 과연 그들과 ‘만수산 드렁칡 얽히듯’ 어울려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겠는가. 여기에 야생마 같은 국토부 공무원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이다.


‘선거라는 전쟁’의 가장 큰 전리품은 인사권이다. 그러나 아무리 인사권이 승리자의 전리품이라고는 하나, 항간에 ‘재피아 박피아’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는 지경이니 좀 심한 것같은 느낌이다. 더욱이 모든 부서와 그 산하기관이 내부승진으로 조직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데 반해, 유독 국토부만 후배들에게 물려줄 자리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앞서 대한주택보증, 건설공제조합도 국토부 출신이 배제되고 ‘박피아 재피아’가 차지했다. 인사적체만큼 사기저하도 정비례하고 있다.


국토부 공직자들이 더 당혹스러워 하는 것은 ‘박근혜 정부를 통해 재평가 받을 줄 알았지, 오히려 전리품의 희생양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던 당면한 현실’ 때문이다.

 

2015년 11월 4일
조관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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