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복합공사 범위의 확대를 놓고, 대한건설협회와 대한전문건설협회의 갈등이 심화되더니 불똥이 국토교통부 퇴직관료의 자리다툼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는 양상이다.
볼썽사나운 이전투구의 자리싸움으로까지 확전된 것은 같은 식구로 여겨지던 건협과 건설공제조합의 입장차이가 생기면서부터.
건공조는 신임 이사장의 조속한 선임을 바라는 반면, 건협 회장은 이사장 선임을 위한 운영위원회를 2개월이 넘도록 개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건공조 측은 “이사장 선임문제를 소규모 복합공사 문제와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건협 측은 “연계한 적 없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건협의 이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건공조 직원은 드물다.
더욱이 건공조 측은 건협과 전건협의 ‘제3차 입법예고 결과 제출의견 검토회의’가 오는 17일로 잡혀 있어, 이사장 선임을 위한 운영위원회는 빨라야 17일 이후 개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또한 회의 결과,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타결될 때까지 향후 2~3개월 동안 이사장 선임회의가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건협은 소규모 복합공사의 범위를 현행 3억원에서 단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인데 반해, 국토부는 “중심은 소비자인 국민이다. 10억원까지 확대해 벽을 허물고 경쟁시킬수록 국민에게 이익”이라는 입장이어서 조속한 타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건협 측은 나아가 매끄럽지 못한 업무처리로 갈등의 원인을 제공한 국토부의 정책결정을 도리어 꾸짖겠다는 입장이어서 조율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비난의 화살이 국토부 출신 건협 관료들에게로 모아지고 있다. 
지난 5월 14일 국토부 출신 정내삼 부회장을 필두로 세종시에서 벌인 국토부 청사 앞 총궐기대회를 빗대, “지난 연말부터 시작된 일을 지금까지 뭐 하고 있다가 이제야 보여주기식 궐기대회냐”는 뒷말이 무성했다.
실제로 이날 궐기대회에 최삼규 회장을 비롯, 부산 경남 울산지역 시도회장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안의 심각성을 떠나, 국토부에서 비롯된 문제이니 국토부 출신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건협의 파워가 퇴직관료의 ‘취업 끈’ 몇 개를 쥐락펴락하는 형국이어서 국토부 내부에서도 “이런 꼴을 당하고 산하 협·단체로 재취업을 굳이 해야하나”하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그동안 건협이나 건공조를 국토부 치마폭에 싸고 보호해 왔으나, 이제는 관계를 일절 단절하고 민간시장과 경쟁시켜야 하지 않겠냐는 의견도 개진되고 있다.
행정고시, 기술고시를 당당히 합격하고 한 시대를 풍미했던 엘리트들이 늘그막에 재취업이라는 현실문제에 걸려 이렇게 숨죽이고 기죽여야 하느냐는 자괴감이다. 


실제로 소규모 복합공사에 대한 건협과 전건협 간의 의견조율회의에는 건협 대표로 국토부 출신 정내삼 부회장과 서만석 산업본부장,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흥수 원장과 최민수 박사가 배석한다.
또 전건협 측에서도 국토부 출신 구자명 부회장과 이원규 건설정책본부장, 역시 국토부 출신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노재화 원장과 홍성호 박사가 마주 앉는다.
이들은 후배인 현직 건설정책국장과 건설경제과장, 담당 사무관을 심판관 삼아 각각의 협회 이익을 대변하는 열변을 토하고 돌아온다. 
국토부의 내부 방침은 이미 정해져 있는데도 불구하고….


어쨌든 국토부는 2~3개월 안으로는 국토부의 뜻을 관철시키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2월 민간경제단체인 중소기업중앙회 건의에 따라 대통령 지시로 시작된 일인데다, 경쟁할수록 소비자인 국민이 이익 보는 일을, 두 단체의 지엽적인 이익에 함몰될 수는 없다는 게 국토부의 확고한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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