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턴키나 기술제안입찰 등 기술형 입찰에서 유찰 사태가 빈번하다. 지난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주요 발주처가 발주한 턴키와 기술제안입찰 공사의 절반 가량이 유찰됐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공사예산이나 예정가격이 낮아 적자 수주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턴키 공사는 설계도면 없이 공사 예산을 편성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사 예산이 과소 편성되는 사례가 많다. 또 시공과정의 리스크가 시공자에게 부과되고 설계변경이 곤란해 비록 낙찰률이 높더라도 실제 실행예산은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최근 담합 처벌이 강화돼 1조원 가량의 과도한 과징금이 부과된 후 기술형 입찰을 기피하는 풍토가 더 심화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턴키나 기술제안입찰은 가격과 기술점수의 가중치 방식으로 낙찰자를 결정하고 있다. 그런데 비록 설계점수 비중이 높더라도 설계평가점수는 큰 차이가 발생하지 않는 반면 가격평가는 최저 투찰가격을 기준으로 가격점수를 산출하기 때문에 차등이 크게 벌어진다. 따라서 저가 투찰을 통해 설계점수를 가볍게 뒤집는 것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턴키나 기술제안입찰에서 적자 수주가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담합이 유도될 수 있다. 이는 기술경쟁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것이다. 결국 유찰을 방지하려면 덤핑 투찰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주자 측에서 기술경쟁을 유도하고 적정가격을 지불하려는 인식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가중치방식에서 기술점수의 비중을 높이거나 혹은 가격평가방식을 개선해 덤핑 투찰자가 만점이나 가장 높은 점수를 받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


이와 함께 근본적으로 기술경쟁을 촉진할 수 있도록 입찰 제도의 개혁도 요구된다. 일반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조달방법은 사양이 특정돼 가격만을 평가하는 경우, 가격과 품질·기술을 종합평가하는 경우, 주어진 예산 하에서 가장 좋은 품질 것을 구매하는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의 예산으로 가장 만족도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예식장은 어디인가? 또는 전세금 2억원으로 가장 높은 만족도를 주는 주택은 어디인가를 결정하는 것을 들 수 있다. 그런데 공공공사 조달에서는 확정된 예산에서 가장 높은 서비스를 선택하는 방식, 즉 QBS(Quality-based Selection)에 의한 경쟁이 미진한 상황이다.


현행 턴키의 낙찰자 선정기준에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이 있다. 그러나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이 입찰자에게 가장 유리한 방식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고 극단적으로 예산이 낭비된다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은 발주자 입장에서는 가격과 기술을 동시에 고려하는 발주방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외국에서는 가격에 대한 설계(Design-to-Cost)로 표현하기도 한다.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은 예산이 조금 불확실하더라도 운용상 큰 문제가 없다. 그 이유는 입찰자 입장에서는 확정된 가격 범위 내에서 설계하고자 하는 유인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다만 확정가격에 맞춰 가장 높은 사양의 설계를 한 자가 낙찰되기 때문에 이론적으로는 확정가격에 근접해 설계가 한 자가 낙찰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최근 턴키발주에서 문제점으로 지적된 덤핑 낙찰이나 담합 등을 방지하려면 단기적으로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에 대한 시범사업을 확대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여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의 적용 대상은 창의적인 구상이나 기술제안의 요소가 있으며 시공사례가 많은 공사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설계평가만을 통해 낙찰자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나 외국 사례를 고려할 때 제안서의 범위를 폭넓게 운영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15년 5월 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최민수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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