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무원의 행위가 비위에 거슬린다고, 비행기를 세워 승무원을 내쫓는 일이 일어났다. 장본인은 하늘을 비행하는 최첨단 사업을 영위하는 항공사 사장의 딸 조현아씨. 대한항공 부사장인 그녀의 행위는 승무원을 마치 봉건시대 하인이나 노예쯤으로 취급하는 것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그 무슨 일을 당해도 미소를 머금어야 하는 감정노동자에게 ‘퇴거 명령’보다 더 가혹한 형벌은 없다. 인간은 누구나 소속되고 싶어 하는 욕망를 가지고 있는데 이를 짓밟았기 때문이다. 매슬로우의 이론을 꺼내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 형들이 어디론가 향해 가면서 “너는 따라 오지마”라고 따돌리면 울음을 터뜨렸던 우리들이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비난받아야 첫 번째 이유가 이것이다.


역으로 어떤 한 사람을 태워 왔다면, 램프리턴을 했더라도 비난의 강도는 달려졌을 것이다. 한 노숙생활자가 공항로비에서 탑승객들을 붙잡고 고국행 항공권을 구걸하는 모습을 보고 그냥 지나쳐 왔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눈에 밟혀 비행기를 잠깐 세우고 그 사람을 태워왔다면 어땠을까. “승객 여러분께 양해 말씀 구합니다. 제가 순발력이 없어서 행동이 굼떴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대신 이분을 제 자리에 앉히고 저는 딴 곳에 쭈그려 앉아 가겠습니다”라고 했다면 승객들이 과연 “이게 네 자가용이냐”고 비난했겠는가, 아니면 잔잔한 박수를 보냈겠는가.

비록 항공법 위반으로 제재는 받겠지만, 대한항공이 해왔던 그 어떤 사회공헌 활동보다 더 큰 국제적 반향을 일으켰을 것이다.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심리적 내면이 그려지는 두 번째 공분의 이유인 것이다.


세 번째 비난 사유는 역시 대한항공 오너의 딸이라는 지위를 내세워 여객기를 자기 자가용쯤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탑승객은 안중에도 없고 자가용 부리 듯 비행기를 이리저리 움직였다는 오만이다. 이날 탑승객들은 ‘재수 없이’ 오너의 딸이 탄 비행기를 타는 바람에 소중한 시간을 잃어버렸고, 어쩌면 평생에 한번도 경험하지 못할 황당한 램프리턴을 경험하게 됐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무개념’은 사과문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국민에게 사죄한다는데, 국민에게만 사죄할 게 아니라 국제사회 전체에 사죄해야 옳다. 대한항공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시민의 항공사이기 때문이다. 편협한 시각에서 벗어나 지구를 누비는 대표 항공사다운 안목을 가지라는 주문이다. 


일전에 샌프란시스코공항 착륙사고를 일으킨 아시아나항공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운항정지 45일이라는 제재를 받은 적 있었다. 이 때 아시아나는 제재가 과하다며 불복을 선언했고, 경쟁사인 대한항공은 제재가 약하다고 불만을 제기했었다. 이를 두고 항공업계 종사자들은 “아시아나는 두 번 다시 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달게 받아들이고, 대한항공은 경쟁사를 감싸는 모습을 보였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평가했었다.

특히 세간에서는 대한항공을 가리켜 “같은 처지끼리 서로 감싸주지는 못할망정 저렇게까지 해야 하느냐”고 쑤군댔다. 곧이어 불거진 ‘땅콩 회항’ 사건으로 쑤군거림은 비난의 화살로 변했다. 직원을 대하는 오너 일가의 인식이 이러할진대 아무리 훌륭한 직원의 충언이 있었던들 그 충언이 먹혀들겠냐는 비난이다.

 

대한항공은 안전관리에 앞서 인간을 존중하는 근본인식, 기초체질부터 먼저 개선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014년 12월 17일
조관규 편집국장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