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MB정부의 집권 1주년을 바라보면서 유난히 ‘사회정의(social justice)’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 맴돌았다. 고대 로마의 법학자 울피아누스(D. Ulpianus)가 정의(定義)한 것처럼, ‘정의(justitia, 正義)’는 통상적으로 ‘분배적 정의’를 의미한다. ‘각자에게 그의 몫을(suum cuique)'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를 판가름해주는 기준이 바로 ’정의‘라는 것이다. 유독 이 단어가 머리 속에 떠올랐던 것은 現 정부가 자기 사람 챙기기에는 혈안이 되면서도, 정작 국민들의 밥그릇은 편협하게 나눠주기 때문이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공기업 임원들의 편파적인 인사였다. 이미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처럼, 주요 공기업의 임원들은 소위 ‘MB의 남자들’로 채워졌다. 대선 캠프 출신에서부터 여당 출신의 인사들까지, MB정권은 잃어버린 10년을 되찾고자 고군분투했다. 그 덕분에 낙하산 인사들은 공공기관의 굵직굵직한 요직을 찾아 금의환향했다.


하지만 국민들이 MB정권을 향해 분노하는 진정한 이유는 낙하산 인사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진 것 없는 서민들에게 낙하산 인사란 한낱 ‘그들만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먼 나라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민들은 ‘공기업 개혁’이라는 허울 좋은 구실에 단단히 뿔이 났다. MB정권 출범 이후 추진되어온 공기업 개혁은 철밥통으로 ‘안정’을 구가하는 고위직 간부들은 배제한 채, 이제 갓 걸음마를 떼려는 사회 초년생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이다. 그 고위직 간부의 핵심에는 ‘MB의 남자들’이 중심에 서 있었다.


공기업 개혁의 실상은 고작 이런 것이었다. ‘중간 관리층 이하 10% 이상 감축, 정규직 채용 억제, 대졸초임 삭감, 행정인턴 채용 확대.’ 그러면서도 공기업의 부장 이상에 해당하는 2급 이상 고위직 간부들의 연봉은 오히려 높아만 갔다. 국회 국토위원회 산하 20개 공공기관의 2급 이상 고위직 간부들의 연봉을 분석한 결과, 조사대상의 기본급, 성과급, 업무추진비는 경기침체 이후에도 변함없이 올랐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정부는 작년 6월에 공기업의 기관장과 감사의 보수체계를 개편했다고 하지만, 그 결과는 여전히 ‘고액연봉’이었다.


MB정권은 짚신 장수와 나막신 장수를 아들로 둔 부모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비가 오는 날에는 짚신 장수 아들을, 햇볕이 쨍쨍한 날에는 나막신 장수 아들을 걱정하는 것이 부모의 마음이다. 하지만 MB정부의 마음은 ‘팥쥐를 편애하는 콩쥐의 계모’와 같다는 의구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이미 국토위 산하 기관들을 분석한 결과, 고위직 간부들의 연봉을 20%만 삭감하더라도,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의 효과를 충족시킬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응당 편협한 정책을 버리고, 함께 고통을 분담하는 쪽으로 개혁의 패러다임을 전환시키는 것이 합리적이자 순리적일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여신 디케(δικη)를 떠올려본다. 디케의 동상은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채 양 손에 천칭과 칼을 들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두 눈을 가린 까닭은 편협함과 아집으로부터 벗어나 공정한 시각으로 세상을 판단하기 위해서이다. MB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현 정권이 진정으로 사회적 통합을 원한다면, 정치적 이해관계로부터 벗어나 공기업 개혁의 진정성부터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 보아야할 것이다.


2009년 3월 16일
국토해양위원회 국회의원 이 재선(자유선진당 대전 서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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