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을 적발해 제재를 가하면 건설사가 소송으로 맞대응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특히 최근 대법원이 공정위 제재가 정당하다고 판결하고 일부 발주기관이 입찰참가제한을 결정하자 건설사가 이번에는 대대적인 위헌법률심판제청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건설사의 생존을 위한 방안인지 관급공사 입찰제한을 피해가기 위한 또 다른 방편인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9일 낙동강, 금강, 한강 등 4대강 2차 턴키공사 3개 공구 입찰에서 사전에 투찰가격과 들러리를 합의한 7개사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52억1100만원을 부과했다.


이번에 적발된 건설사는 한진중공업, 동부건설, 계룡건설산업, 두산건설, 한라, 삼환기업, 코오롱글로벌 등이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12년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에서 공구 배분 담합행위를 한 19개 건설사 중 8개사에게 시정명령과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특히 지난 2010년부터 올해 9월말까지 74개 건설사에 총 9554억4500만원의 담합 과징금을 부과했다.
대형 건설사가 전체 과징금의 65%인 6200억여원을 부과 받았다.
업체별로는 현대건설 1216억9100만원, 대림산업 1210억8900만원, 삼성물산 1210억1400만원, SK건설 754억2000만원, 대우건설 697억3800만원, GS건설 637억6800만원, 현대산업개발 455억1300만원 등이다.


담합 판정을 받은 건설사는 국가계약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지방계약법 등에 의해 ‘부정당업자’로 지정돼 최대 2년까지 관급공사 입찰참가가 제한된다.


건설사는 그동안 과징금 부과와 입찰제한은 이중처벌이라는 논리로 가처분 신청 등을 제기하면서 과징금을 감면받고 입찰제한도 피해왔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행정처분 효력이 정지돼 판결이 날 때까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달청 시공실적 상위 20개 건설사는 지난 2009년부터 최근 5년까지 모두 부정당사업자로 지정됐지만 이 기간 동안 938차례나 투찰에 참여해 13개 건설사가 48건, 3조856억원 규모의 공사를 낙찰 받았다.
20개 건설사가 198건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이 중 75건의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대법원이 잇따라 공정위의 담합 제재 처분이 정당하다고 판결하면서 건설사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대법원은 지난달 30일 4대강 1차 턴키공사 입찰 담합으로 제재를 받은 대림산업, GS건설, 계룡건설산업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의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지난 9월에도 공정위가 경남기업에 내린 시정명령은 정당하다고 판결했었다.


이렇게 되자 건설사는 이번엔 입찰제한조치 처분 요건과 기간 등이 명확하지 않다며 위헌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앞서 진흥기업과 경남기업 등 18개 건설사는 LH가 지난 2009년 발주한 공사의 담합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3개월에서 1년까지 입찰참가 제한을 내리자 곧바로 수원지방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


계룡건설과 금호산업도 4대강 사업 입찰 담합에 대해, 현대건설과 대림산업은 광주광역시 하수오염 저감시설에 대해 입찰참가제한 취소소송과 함께 위헌심판제청을 각각 신청했다.
법원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받아들여 헌법재판소에 위헌 여부 심판을 요청하면 최종 결정이 날 때까지 관련된 재판의 효력은 당분간 중단된다.


공정위가 담합을 적발하고 제재를 내린 공사는 4대강 살리기 사업, 인천도시철도 3호선, 대구도시철도 3호선, 경인운하 사업, 호남고속철도 사업 등이다.
사업 발주기관의 입찰참가제한 처분이 늘어나면 건설사의 위헌 소송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입찰참가 제한을 받으면 정부와 지자체 공사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며 “잘못은 인정하지만 공공공사 수주를 기반으로 기업활동을 영위하는 건설사로서는 생존권을 위협받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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