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경기가 회복세를 띠면서 주춤했던 건설사들의 M&A가 다시 추진되고 있다.


정부의 9·1 부동산대책으로 건설 경기에 대한 기대감이 높은데다 매각 건설사들의 몸값이 최저 수준까지 떨어져 지금이 M&A의 적기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100대 기업 중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인 기업은 17개다.
이 중 쌍용건설, 동양건설산업, 남광토건, 한일건설, LIG건설, 우림건설, STX건설, 남양건설 등 8~10곳이 M&A를 추진하고 있다.


M&A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곳은 동양건설이다.
동양건설은 지난달 매각공고를 내고 22일 인수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했다.
인수의향서 접수에는 건설사와 시행사, 동양건설 소액주주협회 등 4곳이 참여했다.
한 곳은 공개를 꺼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지난달 29일 입찰서 마감에서도 1개 이상의 업체가 입찰보증금 10%를 내고 참여해 매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법원은 입찰 참여사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최종 결과는 15일 발표될 예정이다.


동양건설은 ‘파라곤’이라는 주택 브랜드로 17년간 흑자를 이어왔으나 지난 2011년 서울 서초구 내곡동 도시개발사업을 위해 대출한 PF가 문제가 돼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이후 지속적인 매각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매각 추진 때는 몸값이 492억원 수준이었지만 최근 200억원대까지 낮아졌다”며 “주택시장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고 주택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까지 높은 시점이라 이번에는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동양건설에 이어서는 쌍용건설이 8번째로 매각에 나선다.
쌍용건설은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은 후 우리투자증권과 예일회계법인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했다.


쌍용건설은 해외시장에서 토목·건축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M&A 추진 때도 중견기업들과 외국계회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부채 때문에 매각이 성사되지는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사정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매각의 걸림돌이었던 1조5400억원 규모의 부채가 해소됐기 때문이다.
법원은 쌍용건설의 회생계획안을 승인하며 임직원 퇴직금 및 공사 관련 선수금 등 회계에만 잡히는 채무를 제외한 8500억원을 실제 채무로 확정했다.
쌍용건설은 이중 5480억원 가량을 출자전환을 통해 해소한 상태다.


부채가 줄고 프로젝트 파이내싱 우발채무가 해소되면서 몸값도 2~3년 전 1조원대에서 2000억원대로 낮아졌다.
이에 따라 쌍용건설 내부에서도 이번 M&A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쌍용건설 매각 주관사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내달 초 매각작업을 본격화한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 지난 3월과 6월 매각을 추진했다 실패한 LIG건설과 남광토건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재매각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동양건설과 쌍용건설의 매각이 성사돼 답보상태에 있는 M&A 시장 분위기를 끌어올려주길 바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파산한 벽산건설과 성원건설의 뒤를 잇지 않기 위해 건설사들이 몸값을 낮춰서라도 새 주인을 찾으려고 한다”며 “동양건설과 쌍용건설 매각이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건설사 M&A의 물꼬를 터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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