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건설업계의 화두는 ‘빌트인’이다. 건설업체 뿐 아니라 최근에는 삼성, LG와 같은 전자제품 업체까지 빌트인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전자제품 시장과 주택시장이 결합하는 등 앞으로 빌트인은 점점 확대되는 추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빌트인 설치 아파트가 늘어남에 따라 분쟁 또한 많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분쟁의 현황을 알아보기 위해 관련된 건수와 사례 등에 대한 정보를 국토교통부 산하 하자심사분쟁위원회에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공문부터 보내라”였다. 국토부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모든 것을 공문으로 처리하려는 관료제의 폐해가 아직도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경제학자들은 후진국의 기업이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가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행정학자들은 이를 번문욕례(繁文縟禮)라 하여 후진행정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는다. 자기 보신을 위해 민원인을 번거롭게 해 욕보이는 관료들의 태도를 행정학자들은 이렇게 꼬집고 있는 것이다. 요즘에는 기업이 사업을 하는데 걸리는 기간과 절차가 짧을수록 국가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얘기로 발전하고 있다.

 
빠르고 새로운 정보가 중요한 ‘NEWS’에서도 마찬가지다. 공문을 보내면 처리하는 기간이 오래 걸린다. 이로 인해 뉴스의 신속함과 새로움이라는 가치는 사라져버린다. 이에 따라 정보공개로 인한 기자의 대안제시가 늦어진다. 이는 국민의 피해로 돌아간다. 빌트인 분쟁을 겪고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빌트인 제품을 공급하려는 업체들이 공동의 피해자가 된다. 그러나 이들 ‘공문 요청주의자’들은 자신의 보신주의 행동으로 인해 기업과 개인이 동시에 피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이러는 사이에 소비자들은 필요한 방법적 도움을 받지 못하고 불필요한 수리비용을 지출했을 수 있다. 또한 건설업체는 미리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건물을 지었을 수 있다.


이번 사례뿐만이 아니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의 안일한 ‘공문 보신주의’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불필요한 규제를 암덩어리와 같다고 정의하고 도려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번문욕례야 말로 시급하게 제거돼야 할 암덩어리다. 필요한 공적정보는 누구라도 상식적인 수준에서 알 수 있도록 국가정보의 흐름을 자유롭게 열어야한다. 그래야 기업도 언론을 통해 현 시장의 새로운 소식과 그로 인한 전망 등을 빠르게 접할 수 있다. 공문 규제 개혁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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