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은 상반기 해외시장에서 선전하며 준수한 실적을 거뒀다.
원가절감과 리스크 관리, 우량사업 선별 수주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다.
그러나 순항하던 해외건설에 중동내전과 원화강세라는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건설사들이 어려움에 빠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하반기 해외건설의 가장 큰 변수는 장기화되고 있는 리비아와 이라크 내전이다.
리비아는 지난 5월 동부 벵가지에서 퇴역장성이 이끄는 리비아 국민군(LNA)과 이슬람 성향 테러단체(AAS) 및 지역(부족)별 민병대 간 교전으로 대부분의 공항이 폐쇄됐다.
특히 수도인 트리폴리와 동부 주요 도시인 벵가지 등에서 교전이 지속되면서 대부분의 건설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라크는 수니파 이슬람 근본주의 반군세력(IS)이 모술과 티그리트 등 이라크 땅의 30~40%를 점령한 상태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미군이 이라크 반군에 대한 공습을 감행하고 반군 역시 반격에 나서면서 내전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재 리비아에 진출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등 국내 건설사는 대부분의 인력을 철수했고 이라크에서는 비교적 안전한 동남부지역에서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국내 건설사가 이라크와 리비아에서 올린 매출은 80억 달러 규모다.
내전이 장기화될 경우 공기지연과 미수금 등으로 매출에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특히 발주 예정 프로젝트들이 연기될 경우 수주잔고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국내 건설사가 극복해야 할 또 다른 변수는 원화강세다.
올 초 원·달러 환율은 그나마 1050원 선에서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달에는 한때 101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특히 원화강세가 하반기를 넘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건설사도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하나금융연구소는 최근 한 포럼에서 내년도 원·달러 환율이 1000원 밑으로까지 하락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건설공사 계약은 대부분 달러로 이뤄져 환율이 하락하면 건설사는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단순계산으로 환율이 50원 하락하면 1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의 매출은 500억원 줄어든다.


해외건설은 선수금, 기성금, 준공금 등으로 공사대금을 나눠 받는다.
장기적으로는 보면 환율 영향이 제한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지난해 6월 원·달러 환율이 1150원일 때 계약했던 공사대금을 지금 시점에서 받으면 1달러당 100원을 손해 보게 된다.


대형 건설사들은 올 초 원화 강세를 예상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해 큰 타격은 없을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다.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사들은 환리스크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이다.
중소 건설사는 자금사정으로 공사대금을 환전해 인건비로 쓰는 경우가 많아 환리스크 부담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이다.


또 원화강세는 국내 건설사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수주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상반기 해외건설에서 좋은 실적을 거뒀지만 하반기는 중동지역 불안과 환률 하락 등 악재가 많다”며 “신시장 개청과 사업성 있는 프로젝트의 선별 수주, 진행 중인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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