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하철 9호선 건설현장에서 대규모 싱크홀(지반 침하 현상)이 발견돼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마우나리조트 붕괴사고 이후 안전관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부실관리로 의심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국가 전문기관이 건설공사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서울시는 석촌지하차도 입구 싱크홀의 원인을 조사하면서 지하차도 중심부에서 폭 5∼8m, 높이 4∼5m, 길이 80m의 동공(빈 공간)을 발견했다.
발견 당시 동공의 천장은 차도에서 불과 3~4m 아래 있었으며 이미 천장 부분이 주저앉고 있었다.
발견이 늦어 붕괴사고 발생했다면 대형참사로 이어질 번 한 아찔한 상황이었다.


이 공사는 턴키(설계시공 일괄입찰) 방식과 책임감리제로 진행되고 있어 부실공사와 관리·감독에 대한 법적 책임은 시공사와 감리사에 있다.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와 시공사, 전문가들이 모인 자리에서 지하수가 과다유입된 지반을 우선 보강해야 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서울시에 관리 소홀의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지난 1994년 성수대교 붕괴사고 이후 공무원이 건설현장을 감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 일정 규모 이상 공사에 대해 책임감리제를 도입했다.
부실시공을 막고 건설안전을 확보하자는 의도였다.
그러나 책임감리제로 진행되는 공사현장에서도 일부 시공자와 감리자의 안전 불감증과 발주처의 관리소홀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수몰사고, 방화대교 접속도로 상판 붕괴 사고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책임감리제로 진행되는 공사도 이 모양인데 책임감리제 대상에서 제외된 소규모 공사현장은 상황이 어떻겠냐며 우려하고 있다.
총사업비 200억 원 미만의 지자체 도로, 하천, 상하수도, 공사 등은 지금도 공무원이 관리·감독하고 있다.
공무원의 업무과다 또는 전문성(기술력) 부족 등으로 언제든지 건설안전의 사각지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최근 한국건설관리공사를 ‘공단화’해 건설현장의 안전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신기남 의원은 지난달 24일 건설관리공사를 정부 위탁기관으로 ‘공단화’하는 내용의 ‘한국건설관리공단 설립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의 핵심은 민영화 추진이 지지부진한 건설관리공사를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존속시켜 공사현장의 안전을 확보하고 각종 건설재해를 예방하자는 것이다.


건설관리공사는 지난 1993년 책임감리제 도입과 함께 출범했다.
건설관리공사는 국내 첫 민간투자고속도로인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송도테크노파크 벤처센터의 책임감리 등을 수행해 왔으나 지난 2008년 정부 선진화대책에 따라 매각 대상 1차 기업에 포함됐다.
이후 2011년부터 지난달까지 6차례에 걸쳐 매각 입찰공고를 냈지만 주인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건설관리공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428억원이다.


건설관리공사가 공단이 되면 △건설기술용역업자에 대한 지도·감독 △건설기술용역과 시공평가 대행 △건설공사 품질 및 안전관련 기술개발 등의 사업을 하게 된다.


업계는 ‘공단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건설관리공사가 수주경쟁에서 빠지면 연간 400억 원 규모의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반기고 있다.
D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감리업계가 불황인 상황에서 경쟁사가 없어지는 것인데 싫어할 업체가 누가 있겠나”며 “시장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공단화를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기 보다는 공익에 기여할 수 있도록 길을 터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업계 4위로 덩치가 큰 것도 부담이지만 돈 되는 설계역량이 부족해 인수하려는 업체는 없을 것”이라며 “공단으로 전환돼 건설안전이 확보될 수 있다면 방안을 모색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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