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조직관리의 철학을 제시한 소속연개(小速連開)라는 단어에 개인적으로는 아픈 추억이 있다. 120명 식구의 일간지 조직에서 근무하다가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몇 명 안 되는 전문지 조직에 몸을 담았다. 어느날 사장이 “부장 이상 간부는 회의 때 회사의 발전방향을 제시하시오”라는 과제를 남겼고, 나는 당시 소규모 조직의 관리방안으로 한창 떠오르던 소속연개를 준비했다. 작은 조직인 만큼 오픈 마인드로 조직 구성원간의 유대를 강화하고, 의사결정의 신속성을 유지하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되었다. 조직 발전을 위한 진심을 적었는데, 회의를 주재한 CEO는 나를 따로 불러 “그만두고 나가는 게 좋겠다”고 잘라 말했다. 재앙의 근원은 開였다. “자네가 뭔데 모든 것을 오픈하라 하느냐”며 노발대발 하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문제의 開는 회사의 기밀을 오픈하라는 게 아니라, 모두의 마음을 오픈하고 공유하자는 것이었는데…. 퇴출의 빌미로 삼았는지, 아니면 소속연개라는 조직관리 정책 자체에 화가 났는지 아직도 미지수로 남아 있다.


전문지의 새 지평을 열겠다고 다짐하고 출발한지 6년이 지났다. 창간 6주년을 맞아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면 많은 우여곡절들이 스쳐 지나간다. 6년을 지나면서 이 시기에 대통령이 서거하는 아픔도 있었고, 특히 올해는 세월호 참사 속에 온 나라가 슬픔에 잠겨 있고, 아직도 실종자를 찾고 있는 상황이다. 슬픔으로 경제활동이 중단된 느낌마저 들고 있는 현실이다. 그러나 다시 일어서고 다시 출발해야 하기에 우리는 눈물을 거두고 다시 역사를 이어가야한다. 


돌이켜보면 6년 동안 우리는 독자와 함께 천천히 내실을 다져왔다.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기어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기어서 갈 것이다. 특히 시대는 지금처럼 슬림한 조직의 전문지를 원하고 있고, 또한 특정분야를 집중 보도하는 전문지의 역할에 기대를 걸고 있다. 때문에 종합 일간지에서 다루지 않는 뉴스를 우리는 심층 보도해왔고, 종합지에서 다루는 일상적인 정보는 오히려 지면에 반영하지 않았다. 포털에서는 비록 검색수가 적을 지라도 우리는 지금처럼 ‘낚시 제목’을 달지 않을 것이고, 오로지 우리 독자가 원하는 전문적인 정보를 쉬운 말로 수록할 것이다.


우리 국토경제신문은 이미 소속연개라는 21세기의 조직정신에 맞춰져 있고, 열려 있기에 고품격 뉴스 제공에 충실할 수 있었다. 슬림한 조직구조를 독자들이 더 잘 알고 있고, 이런 가운데서도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혼을 태우고 있다는 사실에 박수를 보내왔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외국의 전문지를 따라 잡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축구 전문지의 권위와 신뢰가 종합일간지의 그것을 넘어서고 있다. 우리 국토경제신문도 우리 분야에 특화된 독자들을 위해 더 깊은 정보를 제공할 것이다. 또한 글로벌 시대의 세계적인 전문지가 되기 위해 해외 건설기업의 수주 담당자를 독자로 끌어들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며, 나아가 해외 건설기업의 지면광고도 유치할 수 있는 능력도 배양해 나갈 것이다.


창간 6주년을 맞아 나라의 슬픈 현실 속에서도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히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리고 있는 170만 독자 여러분들의 역할에 감사드린다. 아울러 세계 최고의 전문지를 만들기 위해 경쟁하고 공조해 나가는 동종지 종사자 여러분들에도 박수를 보내고 싶다. 국토경제신문에 아낌없는 응원과 채찍을 보내고 있는 독자와 광고주 여러분들에게 다시 한번 “6년 동안의 성장은 모두 여러분 덕분”이라는 감사의 말씀 드린다.

 

2014년 5월 23일
국토경제신문 발행인 조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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