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서는 공정한 하도급계약이 체결되도록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정해 보급하고 있다.
이는 하도급계약에 있어 중요한 계약조건의 항목과 내용을 표준화한 계약서를 계약 당사자들이 사용하게 함으로써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입장에서 계약이 공정하게 체결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목적에도 불구하고 하도급계약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하지 않거나 수정 또는 변경해 사용하는 경우가 빈번하고 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내부조사 결과에 의하면 표준하도급계약서만을 사용하는 비율은 60.2%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수정 또는 변형해 사용하거나 표준하도급계약서 이외의 서식을 사용하고 있다.
수정 변형의 유형으로는 △특약조항 추가 58.5% △일부조항 변형 14.8% △원사업자 작성 계약서 사용 18.5% △구두계약 또는 계약서 미교부 8.1% 등이었다.
이처럼 계약 특수조건에 부당특약이 추가되고 있는데도 그 효력이 인정돼 불공정 하도급계약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14일부터 개정 시행된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부당 특약 금지 규정을 신설하고 행정제재 규정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의 이익을 부당하게 침해하거나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설정하지 못하도록 했다.
개정된 ‘건설산업기본법’도 유사한 규정 신설을 통해 불공정한 계약의 경우 무효가 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사용해 수급사업자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할 경우 그 내용을 변경하지 못하도록 ‘하도급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가 대등한 지위에서 합의에 의해 특약조건을 정할 수 있도록 허용을 하더라도 ‘하도급법’에 위배되는 수급사업자에게 불리한 계약조항은 그 범위내에서 무효가 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개정방향에 대해 한편에서는 복잡 다양한 개별여건이나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없게 되는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사적자치의 원칙은 기본권 제한의 원리인 헌법 제37조 제2항에 따라 공공복리를 위해 일정부분 제한될 수 있다.
복잡 다양한 개별여건이나 시장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문제도 개별계약(특수조건)에 관한 규정이 존재해 업종 특성에 맞게 계약서를 작성하고 있으므로 문제될 여지는 없다.


자유주의 경제체제에서 각자의 재화 획득의 실질적 가능성이 평등한 경우라면 하도급계약에 있어서의 계약 일방 당사자에게 유리함이나 불리함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원사업자와 수급사업자의 경제·사회적 지위를 고려할 때 당사자들 사이에는 불평등이 존재할 수 있다.
이러한 불평등이 불공정한 하도급계약으로 이어진다면 공정한 하도급거래질서를 확립할 수 없다.
표준하도급계약서상의 항목과 내용은 공정한 하도급계약이 체결될 수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규율과 안전장치다.
‘하도급법’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표준하도급계약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그 사용을 활성화 키는 것이 건설산업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므로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이뤄져야 한다.

 

2014년 2월 14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박승국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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