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홍수 등 상상을 초월한 기상이변이 매년 발생하며 인명 재산피해 등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맞서 정부와 지자체는 하수관거 확장과 대심도 저류조 등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으나 비용과 효과면에서 한계에 부딪힌 상황이다. 기후변화가 우리 방재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하고 있다. 이에따라 저비용 고효율의 선진 방재 대책은 무엇인지 3회에 걸쳐 살펴보았다.<편집자>

 

<글 싣는 순서>
①대형화에 예측불가… 폭우가 늘어난다
②작은 아이디어가 수해 막는다
③하드웨어 한계 소프트웨어로 넘자<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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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 폭우로 큰 피해를 본 중국, 필리핀 등과 지척인 우리나라도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 지자체는 주로 펌프장 확충이나 하수관거 정비사업을 통해 폭우 대책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서울시에 따르면 하수관거의 경우 간선은 10년, 지선은 5년 빈도의 용량으로 설치돼 있다.
그나마 펌프장의 경우 최근 들어 30년 빈도로 용량을 증설했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내리는 폭우에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10년 빈도로 설치된 간선 하수관거는 75㎜급이지만 노후화와 함께 유지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비가 내려 물이 찬 상태에서 또다시 비가 오면 하수관거의 계획 처리용량은 나올 수 없게 된다.
여기에다 하수관거는 하천의 물이 비었다는 가정하에 설계되므로 하천의 수위가 높아지면 오히려 빗물이 역류하게 되는 것이다.
예상치 못하게 40∼50㎜의 폭우가 30분만 내려도 넘칠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방재선진국은 작은 아이디어를 조경 등에 적용함으로써 홍수피해를 막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의 경우 아파트단지 화단을 오목하게 하고 계단식으로 만들어 비가 오면 빗물이 그곳에 고이게 하고 몇 차례 화단에서 걸러진 물이 하수도로 흘러 들어가게 하고 있다.
폭우로 인한 침수피해도 막고 비점오염원 또한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와 해수면상승에 시달려온 네덜란드는 도시 공원을 평소에는 휴식공간으로 사용하다 비가 오면 저류시설로 바뀌도록 설계한다.
또 주차장 광장을 저류시설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오카시 공원의 야구장 아래에는 거대한 저류시설이 조성돼 홍수피해를 막는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월드컵 경기장으로 사용된 요코하마 닛산 스타디움(사진)도 1층에 필로티 구조를 적용, 평소에는 엑스포츠 공간으로 이용되다 비가 오면 저류시설로 전환된다.


홍수는 피크와 피크가 만나 발생하므로 홍수피해를 막으려면 빗물 분산이 가장 중요하다.
선진국은 조그마한 저류시설을 도처에 만듦으로써 빗물이 한데 모이는 것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공원은 물론 작은 화단조차 빗물 저류기능이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다보니 비가 오면 빗물이 곧장 하수도로 흘러들어가게 되면서 부하가 걸리는 것이다. 

잠실운동장이나 월드컵 운동장 등 대형 시설물에 빗물이 흘러들어가도록 문턱을 낮춰야 하지만 오히려 시설을 빗물로부터 보호하는 데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방재에 대한 종합적인 고려 없이 시설을 만드는 사람은 시설만 생각하고 도로를 만드는 사람은 도로에만 신경쓰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한계를 넘기 위해서는 부처간 칸막이를 허무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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