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면 위정자들은 심중의 한 구석에서 전쟁이란 단어를 떠올린다. 수요창출에 전쟁만큼 효과적인 대안은 없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군수물자를 수송할 전쟁 수행용 차량이 필요하다. 파괴되고 불타면 없어진 만큼 또 필요하기 때문에 멈춰선 자동차 공장은 철야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파괴된 건축물과 도로 교량 항만을 재건축해야 하기 때문에 건축수요가 되살아난다.


그러나 전쟁은 무자비한 인명학살과 인간의 존엄성을 짓밟는 행위가 반복된다. 대공황을 겪을지언정 전쟁은 피해야하는 것이 세상의 도리이자 민심인 것이다. 그렇다면 경기침체 국면을 벗어날 차선의 수요창출정책은 무엇인가. 답은 경제학자 케인스가 주창한 재정투입정책, 이른바 뉴딜정책이다.
고전주의 경제학자 아담 스미스는 “경제는 가만히 두어도 보이지 않는 손(invisible hand)에 의해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끝없이 추락하는 세계적인 대공황이 ‘invisible hand’에 의해 치유되는 것은 아니었다. 가계 기업과 함께 한 측의 경제영역을 담당하고 있는 정부의 개입, 이른바 재정운용의 묘책이 새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글로벌 경제위기에 우리나라 역시 비켜갈 수 없는 상황이다. 1997년 IMF 구제금융 신청 당시보다 두 배 더 힘들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 같은 국가 경제의 현주소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재정투입 정책에 강한 드라이버를 걸고 있다. 국가는 국가대로 공기업은 공기업대로 지방자치단체는 지방자치단체대로 오늘날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주택공사, 토지공사 등 주요 25개 공공기관들이 지난 2008년보다 9조원 증가한 57조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며, 자금 집행도 61% 가량을 상반기에 투자하기로 했다. 서울시도 경제 활성화를 위해 전체 예산 21조원 가운데 19조6000억원의 예산을 올 상반기에 조기에 집행하기로 했다. 인건비와 교부세 등을 제외하고나면 예산의 90%를 상반기에 집행한다는 것이다.
조기집행 대상사업도 모두 긴급입찰 대상으로 규정, 입찰공고 기간을 현행 ‘7일 이상’에서 ‘5일 이상’으로 단축, 발주에 걸리는 시간을 줄이기로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리가 기대를 크게 거는 분야는 4대강 정비사업이다. 건설업계는 물론 경기 회복을 바라는 국민들의 한결같은 바람은 4대강 정비사업이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 경제의 돌파구가 돼 주기를 염원하고 있다. 방치된 환경을 보호하고 수자원을 확보하며, 일자리 창출은 물론 경제회생의 디딤돌로 작용해 주기를 바라며, 아울러 투자한 돈 이상의 더 높은 가치가 창출되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4대 강 정비사업 예산은 14조원. 단기적인 경기 부양을 위해 14조원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14조원을 투자한 뒤 장차 140조 1400조 이상의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가 창출되기를 국민들은 바라고 있다. 실제로 첫 삽을 뜬 구랍 29일 영산강 나주지구 낙동강 안동지구의 정비를 맡은 대선건설 남영건설 범양건설의 상장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 국민의 정서와 기대를 대변하고 있다. 정치권, 특히 야당에서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대운하 사업의 사전포석이다, 아니다”에 대해 국민들은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힘겨운 2009년을 슬기롭게 극복해 내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는 것만큼 정치권도 경기회생정책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경제회생을 위한 초당적 대응기구를 마련해야 할 것이며, 이런 와중에 경제회생의 노력에 발목 잡는 정치적 몽니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경제가 희망이 있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브릭스(BRICs :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가운데 러시아와 브라질을 빼고 대신 한국에 투자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제위기 극복, 정부가 몸부림치는 것 이상으로 우리 건설업계에서도 희망의 공격 경영을 전개해야할 시점이다.

 

2009년 1월 2일
조관규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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