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에 동반성장 바람이 불고 있으나 지원 받는 업체수가 제한적이고 규모도 충분치 않은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협력사들이 피부로 느끼는 동반성장 체감온도는 지극히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특히 일부 협력사는 대기업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해 동반성장에 관한 말을 꺼내는 것조차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대형건설사의 협력회사인 Y기업 한 관계자는 “자금지원이든 교육지원이든 실제 대기업에서 하고 있는 지원 프로그램의 실효성은 우리보다 더 잘 알고 있지 않으냐”고 반문하고 “우리는 도움이 된다 안 된다 말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답변을 회피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상생협력을 잘 수행하고 있다고 알려진 대형건설사들도 우수 사례를 소개해 달라고 하면 대부분이 주저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반성장 평가지수에서 양호 등급을 받은 A건설 관계자는 “자금과 기술지원 등 나름대로 협력업체를 선별해 지원하고 있지만 크게 도움이 됐다거나 특별히 소개할만한 사례는 없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건설사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동반성장 관련 전담부서까지 운영하고 있는 B건설 관계자는 “우리가 지원하고 있는 프로그램에 대한 자료는 줄 수 있지만 우수 사례를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곤란하다”며 “지원받지 못한 협력업체가 누구는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냐며 불만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대부분 건설사들은 자체 기준을 통해 선정된 협력사를 중심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어 다른 협력사를 운운하는 것 자체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설사의 일방적 지원으로는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없으니 보다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김문중 고충처리부장은 “진정한 의미의 상생과 동반성장을 위해서는 불공정하도급과 부당특약 등 불공정한 관행이 사라져야 한다”며 “대형건설사의 방식이 잘못됐다기보다는 근본 틀이 바뀌지 않는 한 공허한 노력으로 끝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는 “지금은 누가 누굴 챙길 시기가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C건설 홍보팀장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국내외 건설경기 불황으로 많은 회사들이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을 것”이라며 “지금은 누가 누구를 돌볼 때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남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협력사들은 최근 봇물을 이루고 있는 대기업 CEO의 현장방문과 애로사항 청취도 못마땅해 하고 있는 실정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이우용 홍보실장은 “업무도 바쁜데 간담회에 오라 가라 한다고 많은 중소업체들이들이 불만을 제기한다”며 “건의사항을 말하면 뭐라도 개선돼야 하는데 실상 바뀌는 게 없다 보니 다들 귀찮아 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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