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심의를 통해 이철우 의원 대표발의와 이노근 의원 대표발의, 그리고 정부 발의안을 융합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이 채택됐다.

 

정비사업과 관련 있는 모든 관계자들은 이번 개정안의 처리방향을 매우 관심 있게 지켜봐왔고 개정안의 향방에 따라 향후 정비사업의 운명이 달려있다는 말이 흘러나올 만큼 관심이 높았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개정안 발표 후 정비업계 관계자들은 적잖이 실망한 눈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제시되지 못하고 가려운 곳만 약간 긁어줬다는 반응이다.

 

△시공사 선정시기의 조합설립 이후로의 환원 △공공관리제도의 주민선택권 부여 △조합해산시기의 사업시행인가 이전까지만 허용 △매몰비용의 정비지원 등 정비사업구역에서 기다려왔던 개정 사항들은 위원회 대안에 포함되지 않고 폐기됐기 때문이다.

 

특히 현장에서 가장 시급한 개선사항으로 꼽히고 있는 서울시 시공자 선정시기 문제에 대해서 외면했다. 
서울시는 공공관리제도 시행으로 시공자 선정 시기를 사업시행인가 이후로 미루면서 발생한 자금 공백기를 보완키 위해 공공관리 자금대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 공공관리자금대여 시스템의 운영이 문제를 일으키면서 각 정비구역에서는 사업비 조달 등 자금차입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조합장 개인신용을 담보로 자금을 빌려주는 시스템이 문제라고 조합 관계자들은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사업이 무산됐을 때 조합장이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너무 높기 때문에 조합장이나 추진위원장이 돈을 빌리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사업지에서는 자금이 부족해 사업이 무산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또 대출기관에서 요구하고 있는 사업비 책임부분을 운영규정(정관)상 사업에 동의한 조합원 공동책임화하도록 명문화하는 것도 시장 분위기 상 추진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정비사업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면서 조합원의 동의를 이끌어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현장 및 관계자들을 중심으로 시공자 선정시기를 조합설립인가 이후로 다시 되돌려 자금 공백기간을 없애자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같이 개선이 시급히 요망되고 있는 시공사선정시기 문제를 이번 개정안에서 외면했다는 것에 대해 정부가 정비사업을 활성화시킬 의지가 없다는 시각이 많다.

 

물론 이번 개정안이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조합원 2/3이상의 동의가 필요한 정비사업비 10%이상 증가부분에 대한 동의완화, 청산금 지급시기의 관리처분계획후 90일이내, 면적에 따른 2주택 허용 등은 적절한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이라고 판단된다. 

 

하지만 사업 추진을 가로막는 근본적인 원인을 외면한 이번 개정안 때문에 정부의 정비사업 추진 의지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예전과 달리 정비사업 분야는 존폐 위기에 몰릴 만큼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자금 수혈을 가로막는 서울시의 시공자 선정시기를 다시 앞당겨야만 정비사업 활성화가 가능하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일치된 의견이다. 

 

물론 공공관리제도를 주도적으로 추진해 온 서울시의 경우 공공관리제도의 근간이 되는 시공자 선정시기 관련 부분을 수정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스러운 일이 분명하다. 하지만 존속하지 않는 시장을 규제하는 법령만큼 허무한 것이 없을 것이다. 결국 시장의 존속을 위협하는 제도는 아무리 사업 추진을 투명하고 깨끗하게 바꿔 놓는다고 해도 악법일 수 밖에 없다. 현 정부와 서울시가 물고기 없는 어장의 물을 맑히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2013년 6월 11일

명인도시개발 대표이사 손 영 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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