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27일 구미 화학공장에서 불산이 누출돼 5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의 주민이 고통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그 이후로 상주 염산누출, 청주 LCD공장 불산누출, 삼성전자 화성공장 불산누출로 1명 사망, 구미 불산, 염산 누출 등 유사한 사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


산업단지의 유독가스 누출사고는 왜 최근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산업규모가 커지면서 독성물질의 사용량이 증가해 그에 따른 안전사고비율도 높아지는 것이라는 것과 그동안 사고가 계속돼 왔지만 구미사고를 계기로 여론의 관심이 집중돼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가 높아졌다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분명히 사고가 발생했고 안전관리에 문제가 있으며 인명과 재산피해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불산은 생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우선 불산은 부식성 및 자극성가스로서 유리와 금속을 녹이는 성질이 있어서 산업계에 널리 사용되고 있다. 특히 신체에서 점막과 반응해 강한 자극과 피부 부식이 보고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불산에 대한 독성연구를 진행했으며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정량적 실험결과를 도출했다.


실험에서는 초기에 누출될 수 있는 저농도를 대상으로 실험동물에 노출시켜 실험용 마우스의 병리학적 검사와 혈액분석 및 DNA 손상검사를 수행했다. 약 200ppm의 저농도 불산에 노출된 마우스의 조직을 적출해 현미경으로 관찰한 결과 건강한 쥐에서 보여지는 스펀지형태의 정상조직과 달리 염증, 출혈, 거대세표 및 변이세포가 관찰됐다. 또한 혈액생화학분석으로 백혈구악성종양 등의 암의 예측에 사용되는 LDH의 효소농도가 정상에 비해 2배 이상 높게 측정됐다. 또한 DNA의 손상은 정상세포에 비교해 최고 9배의 손상이 측정됐다. 실험용 쥐는 15분간 200PPM의 불산농도에 노출됐을 때 외관상으로는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으나 내부 장기는 독성가스에 오염돼 상당한 손상이 진행됐음을 확인했다.


불산가스는 압력용기의 파열로 인한 급격한 누출사고도 있으나, 배관설비의 노후화로 인한 미세한 누출사고도 경계해야 한다. 독성가스의 미세한 누출은 근로자가 인지할 수 없으며 이러한 위험이 장기간 지속되면 더 큰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산 사고에 대비한 측정기술은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의 가스 측정은 현장에서 대상 가스를 포집하거나 활성탄 등에 일정시간 흡착해 실험실로 옮겨와 분석했다. 따라서 실시간으로 발생되는 가스의 분석은 불가능했다.


건설연은 대공간에서 발생되는 불산이나 염산가스 등의 독성가스에 대해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는 적외선검출기술을 연구했다. 적외선에 노출된 화학종은 특정 영역에서 지문과 같은 고유흡수를 일으킨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해 수 초단위로 발생되는 가스를 대공간에서 바로 분석이 가능하게 했다. 처음에는 화재에서 발생하는 가스의 원거리 측정을 위해 연구됐으나 최근 발생하는 산업현장의 독성가스 분석에 매우 효과적으로 응용될 수 있다. 그 결과 불산이나 염산뿐 아니라 작업환경에서 발생될 수 있는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의 측정도 가능하다.


불산 등의 독성가스의 인체 유해성은 추가적인 실험을 통해 정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또 독성가스의 측정기술도 다양한 분석방법을 통해 연구가 진행됐다. 이러한 연구결과가 독성가스 위험성에 대한 정량적 정보를 제공하고, 작업환경의 위험성 측정에 활용돼 동일한 사고의 재발방지에 기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

 

2013년 5월 31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남욱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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