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은 최근 공항면세점에 중소기업제품을 들여놓자는 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인천공항 등에 입점한 면세점이 고가 외국제품 위주로만 판매해 정부의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정책을 무력화시키고 있다는 게 제안의 이유다. 공항면세점에 들어갈 중소기업 제품의 종류나 비율은 학계, 변호사,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된 심의위원회가 결정한다고 한다.

 

세계적인 경기 불황 속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는 중소기업을 돕자는 취지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공항면세점에 중소기업제품이 들어가지 못해서 중소기업제품 구매 촉진정책이 무력화되는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법으로 강제하면서까지 공항면세점에 중소기업제품을 입점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공항면세점을 이용하는 고객층과 중소기업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층은 확연히 구분된다.
이른바 ‘명품’을 구입하려고 공항면세점에 들른 고객이 중소기업 제품을 구입할 확률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공항 면세점 고객의 니즈는 유명 브랜드 제품을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하고자 하는 것이지 인지도는 좀 떨어져도 품질 좋고 저렴한 제품을 구입하자고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제도라 해도 그것이 현실과 맞지 않을 때는 구색맞추기식의 전시행정으로 흘러버릴 수도 있다.

 

입찰 절차를 거쳐 운영중인 공항면세점에 대해 법으로 상품 선택권 및 진열권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도 의문이다. 중소기업제품 판매 촉진을 위해 특정한 장소에 선별된 품목을 일정한 비율로 판매해야 한다는 논리라면, 유명 브랜드가 즐비한 백화점 명품관에도 ‘강제입점’법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닐까?

 

따라서 중소기업 제품의 판로확대를 지원하는 취지라면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 중소기업이 인재나 자본, 제품개발이나 마케팅 능력 등이 취약하다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곰곰히 살펴보건대 이는 모두 중소기업의 기초 체력과 관련된 문제인 것이다.

 

중소기업 살리기 정책은 분명 시대적 요구다. 그렇다고 해서 중소기업의 기초체력을 강화시키기 위한 대책은 놔두고 강제로라도 공항면세점에 중소기업 제품을 넣겠다는 생각은 해법을 잘못 제시한 것임에 분명하다.

지금은 공항면세점 입점이 아닌 중소기업의 기초체력을 어떻게 튼튼히 할 것인가에 대해 정치권의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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