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부동산관련 대선공약은 과거와는 정말 달라졌다는 느낌이다. 통상 보수정당은 부동산시장 활성화와 대형 개발공약 등 부동산 소유자를 위한 공약을, 그리고 진보정당은 서민의 주거안정과 집값안정 등 서민과 세입자를 위한 공약을 내세웠던 것을 생각하면 달라져도 너무 달라진 것 같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과거 후보들의 공약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구체적인 실행 플랜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전혀 이런 플랜을 찾아볼 수가 없다. 모두 선거용 원론적인 이야기들뿐이다. 그 중 하우스푸어 대책의 하나인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바우처 제도는 말 그대로 선거용이다.


보유주택 지분매각 제도란 자신의 소득으로 주택대출의 상환이 어려운 하우스푸어를 위해 정부가 주택의 일부지분을 매입해 그 돈으로 대출금을 상환함으로써 대출이자 부담을 줄여준다는 내용이다. 자칫 정말 어려운 서민을 위한 대책인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매우 위험하기 그지없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주택을 구입하는 행위는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 투자의 일종이다. 자본주의 국가에서 개인의 투자에 따르는 수익과 손실은 개인의 책임인데, 이 정책은 개인이 투자해서 본 손실을 국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서 말贊蠻斂다�� 어처구니없는 발상인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주식 투자로 빚을 지고 있는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정부가 같은 방식으로 보상을 해 주어야만 한다.

 

문제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정책에 대다수의 국민들이 과연 호응할까하는 점이다. 결국 선거가 끝난 뒤 실행단계에서는 국민의 반대에 부딪혀 폐기될 선거용 정책이라는 것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쉽게 알 수 있다. 만에 하나 이 정책을 실행한다고 가정 했을 때(재원조달에 대한 구체적인 규모와 계획이 없다는 점은 문제 삼지 않겠다) 정부가 매입한 지분의 가치가 하락할 경우, 그 돈은 어디서 보상을 받을 수 있겠는가? 정말 국민들의 세금을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주택바우처 제도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주택바우처 제도는 그 대상을 ‘기초생활수급자보다 형편은 조금 낫지만 자기 능력만으로 시세 수준의 임대료를 감당하기 어려운 저소득층에게 적용한다’는 아주 애매모호하고 포괄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수혜자에 대한 보다 명확하고 구체적인 기준이 먼저 마련되어야만 한다. 또한 구체적인 기준이 마련된다 하더라도 수혜자의 소득과 자산을 어떻게 파악 하느냐도 큰 문제가 된다. 외제차를 모는 사람이 공공임대주택에 거주하고, 기초노령연금을 수령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매우 어려운 일이라 생각된다.

 

여기에다 더 큰 문제는 주택바우처 제도가 저소득층 거주주택의 임대료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한국의 임대시장은 집주인이 절대적인 권력을 가지고 있다. 집주인이 임대료를 올리면 세입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집세를 올려주거나 조용히 방을 빼야하는 것이 현실이다. 만약 주택바우처 제도가 시범적으로 실시된다면 집주인은 세입자가 지원받는 금액만큼 임대료 지불능력이 높아진 것으로 착각하여 임대료를 올릴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집주인은 임대료를 올릴 것이고 세입자는 지원받은 금액만큼 더 집세를 내야할 지도 모른다.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주택바우처 제도의 혜택을 받는 저소득층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임대료가 동시다발적으로 오른다면 혜택 받지 못한 대다수의 저소득층은 임대료 상승에 고통을 받을지도 모른다. 정말 대선 후보들께서 저소득층이 거주하는 원룸이나 고시원에 살아보신 경험이 없어서 그런 것인지 저소득층의 생활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 듯하다.


이번 부동산 공약은 과거에 비해 알맹이가 쏙 빠진 허울뿐인 공약밖에 없는 듯하다. 하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을 생각할 때 너무도 당연한 일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 이번 부동산공약을 통해 향후 5년간은 그 누가 대통령이 되어도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위한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불안한 느낌이 든다. 이제 한국 부동산시장에도 긴 겨울이 찾아올 수도 있다.

 

 

2012년 11월 29일

서울디지털대학교 부동산학과 김준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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