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는 지금 국민들에게 빚을 지고 있다.
10년전 IMF 구제금융 신청 때도 건설업계는 국민들에게 크게 신세진 바 있어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 IMF 때는 부실 건설업체 등을 구제하기 위해 국민들이 세금으로 모두 168조4000억원을 지원했으며, 올 9월말 현재 92조6000억원을 회수해 55%의 회수율을 보이고 있다.


IMF 공적자금이 회수 중인 가운데, 대한주택보증이 건설업체들의 골칫거리인 미분양 아파트 매입에 나섰다.
환매조건부로 매입하는 이번 조치에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사흘간 총 54개 건설업사가 8327가구의 미분양아파트 매입을 신청했다.
주보는 앞으로도 모두 1조5000억원을 더 투입해 매월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계획이다.


또 한국토지공사 역시 건설부문 유동성 지원을 위해 1조원을 투입, 7일부터 17일까지 주택건설 사업자의 보유 토지 매입신청을 받기로 했다.
매입대상은 금융기관 부채상환을 전제로 주택건설사업자가 소유한 1000㎡이상 주택건설사업자 명의로 등기된 토지다.


이밖에도 지난 31일 시공능력 41위의 중견건설업체인 신성건설의 부도를 막기 위해 정부는  ‘건설사 부실화에 대한 대응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및 금융감독원은 31일 ‘건설사 부실화에 대한 대응책’을 발표하며 건설사 부실로 분양 받은 개인과 협력업체의 피해 발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정부의 이 같은 일련의 조치는 모두 예산, 말하자면 국민이 낸 세금이 투입되는 행위이다. 물론 기업의 생산 활동에 따른 수익의 과실이 예산의 큰 재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일반 국민들이 낸 간접세 또한 예산 재원의 큰 축인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서민들이 막노동 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에서 걷힌 세금도 이번 건설기업 살리기 위한 재원으로 투입됐고, 집 없는 직장인이 포장마차에서 마신 소주 한 잔에 붙은 세금도 이번 건설기업 살리기 재원으로 투입됐다는 것이다.


건설기업은 적어도 이들에게 진 빚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국민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서민들의 그 변변찮은 돈을 재원삼아 최근 유동성 압박에 시달리며 부도위기를 맞고 있는 주택 건설업계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건설업계는 이제 이 위기를 지나고 나면 거듭나야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조직을 슬림화해야 하며, 지나친 브랜드 경쟁을 지양하고 분양가 인하 경쟁을 벌여야 한다.
여의도 D건설, 경기도 S건설, 인천의 또 다른 S건설 등 소위 ‘돈 되는 주택건설사업’에만 치중하던 업체는 이제 이 같은 구태를 탈피하고 토목사업과 해외 플랜트 사업에 진출하면서 위기분산을 위한 포트폴리오 경영을 펼쳐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건설 신기술과 건축 신공법을 적극 개발해 현장에 과감히 적용함, 글로벌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뿌리 깊은 경쟁력 갖춰야 한다. 


건설산업은 우리나라 GDP의 15~17%를 차지하고 있다.
건설업계의 발등에 떨어져 있는 불덩어리를 치우지 않으면 PF를 발생한 금융계로 위기가 전위되고 이는 곧 국가 위기로 번지게 된다.
정부가 서둘러 재정투입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지, 건설업계에 특혜를 주기 위해 내린 조치는 아닌 것이다.  


따라서 내년 연말 쯤 이 위기가 끝나고 나면, 이제 건설업계의 서민들을 섬길 차례다.
중소기업 근로자가 10년 동안 한눈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나면 중소형 아파트를, 대기업 근로자가 10년동안 열심히 저축하면 중대형 아파트를 살수 있는 미래를 건설업계가 앞장서서 모색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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