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만에 지적(地籍) 조사사업이 대대적으로 시행된다. 일제는 1910년 조선의 병참기지화와 세금 징수를 위해 토지조사업을 실시했다.


당시 일제는 평판과 대나무자 등 근대적인 측량기구로 토지를 측량해 수기로 종이에 지적을 적어 넣었다.
놀랍게도 전근대적인 사업의도와 근대적인 측량기술로 만든 종이지적이 지금까지 사용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지적도상의 경계와 실제경계가 일치하지 않는 ‘지적불부합지역’이 전국토의 15%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측량기술과 GPS, GIS 등 응용기술이 고도로 발전하고, 정부정책과 경제·산업적인 측면에서 정확한 지적도에 대한 필요성이 요구돼 왔으나 지적은 재산권과 직결되는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에 그대로 방치됐다. 


정부는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지적 불부합으로 인한 경계 분쟁과 재산권 행사 제약에 따른 사회갈등이 고조되고 있다고 판단, 지난해 9월 ‘지적 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이달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이번 특별법은 향후 재산권 분쟁을 원천적으로 예방하고, 다양한 공간정보산업의 성장과 행정효율 향상을 통한 대국민서비스 향상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선진국의 경우 1990년대부터 종이지적을 디지털 형태로 개편하고 있다.
일본 대만 네덜란드 스위스 등이 지적재조사를 통해 디지털화했고, 프랑스 캐나다 독일 덴마크 등은 지적공부 형식개편을 통해 디지털작업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30년까지 총 1조2000억원을 투입해 단계적, 점진적으로 지적 선진화사업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그간 일부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 추진 현황을 감안해 지적불부합지 해소와 디지털화 등 지적 선진화를 추진한다.


지적은 토지에 대한 물리적 현황과 법적 권리관계를 등록, 공시해 과세와 토지거래 등 기초자료로 활용됨에 따라 사회갈등 유발과 재정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장기계획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사업의 골자는 △도시개발사업에 의한 지적확정측량 △집단적 지적불부합지역에 대한 지적 디지털화 △나머지 지역은 간접측량 방법에 의한 세계측지계 기준 디지털화사업으로 추진한다.  


우선 재정 부담 최소화화 효율적인 사업진행을 위해 도시개발사업으로 매년 실시되는 지적확정측량을 통해 지적 디지털화를 구현할 계획이다. 


도시개발사업 등 사업시행자가 신규 개발지역은 세계측지계에 따라 직접측량하고, 기존 디지털화지역은 세계측지계 기준으로 전환해 사용하게 된다.


비용은 사업시행자가 부담하므로 별도의 예산이 소요되지 않는다.
이미 전국 대상면적의 5.6%는 디지털화를 완료했으며, 연평균 10만 필지의 확정측량으로 오는 2030년 전체 대상의 13%를 디지털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계분쟁과 민원이 발생하고 있는 집단적 지적불부합지역은 지적재조사를 거쳐 디지털화를 추진한다.
경계분쟁지역은 명확하지 않은 토지 경계로 개인·기업·정부간 분쟁을 유발하는 골칫거리다.


국토부가 전국 15%에 달하는 554만 필지(6130㎢)에 대한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지적소관청(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지적재조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지구지정, 주민협의회, 경계결정, 조정금 산정 등을 통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새로운 경계확정으로 지적공부상 면적이 증감된 경우에 필지별 증감내역을 기준으로 조정금을 산정해 징수하거나 지급하게 된다.

 
한편 허술하게 관리되거나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국·공유지(78만3000필, 1364㎢)는 점용실태를 파악해 관리관청에 통보하고, 이 과정에서 일본인 명의의 토지가 발견되면 국유화할 방침이다.
지적불부합지역 재조사사업에는 841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다. 


세계측지계 기준의 디지털화사업도 추진한다.
세계측지계가 도입되면 GPS 좌표와 서로 호환해 비용절감과 효율적인 현장측량이 가능하고, 기준계 혼용에 따른 불편이 해소될 전망이다.
3655억원이 투입된다.


지적의 정확도가 유지되고 있는 전국 72%의 지역에 대해 현재 동경측지계 기준의 지적좌표계를 세계측지계 기준 재설정하는 사업이다.


행정정보 일원화와 지목체계도 개선된다.
현재 전국 토지(3700만 필지), 건축물(700만동) 등 각종 국가 부동산 공적장부가 18종으로 분산 관리되고 있는 정보를 종합정보체계(1종)로 구축해 관련기관과 국민들에게 서비스할 예정이다.


우선 올해 지적(7종)과 건축물(4종)을 통합하고 내년까지 토지·가격 4종을 통합한다는 계획이다.
2014년 이후에는 등기부 3종을 통합한다.
인허가과정이 간단해져 민원인들의 시간낭비도 줄고 행정효율도 향상될 전망이다.  

   
지목체계는 현재 지적공부상 지목(28개)과 이용현황간 불일치 증가(평균 30%), 공부상 지목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어 공부상 지목과 실제 이용현황과 일치하도록 개선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사업을 계기로 경계 불명확으로 인한 재산 갈등과 국토의 효율적 이용 저하 등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나아가 기존 공급자 중심의 지적정보가 수요자와 산업중심으로 개편돼 관련산업 발전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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