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 검찰’로 불린다. 독과점 규제와 기업 경제력집중 억제, 경쟁제한 행위 규제 등 막강한 권한으로 재계를 쥐락펴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검찰’의 칼날도 강자 앞에서는 무뎌 진다는 비판이 중소건설업계에서 쏟아지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18일 토지주택공사(LH)가 시공업체들에게 아파트바닥 추가공사를 지시하고도 추가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았다며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LH는 아파트를 시공한 51개 업체에 대해 바닥 완충재를 기존 제품보다 2∼3배 비싼 제품으로 교체해 시공하도록 지시했다.

그런데도 LH는 추가공사비를 시공사들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미 지급한 업체들에게는 반환을 요구하다가 적발됐다.

추가된 공사비는 43개 업체에 129억원에 이르며, 반환요구 금액은 35억원. 2개 업체는 1억200만원을 LH에 되돌려 주기도 했다.  


이를 본 공정위는 LH에게 법위반 사실을 시공업체들에게 통지하라고 명령했다. 시정명령이 내려진 지 한달.

공정위는 아직까지 LH에 공식처분을 내리지 않고 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당시 시정조치를 내렸다는 것은 실제로 LH에 통보했다는 뜻이 아니라 앞으로 통보할 것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알린 것”이라며 “통상 내부위원들의 의결을 거쳐 실제 통보까지 2개월가량 걸린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지방의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LH에) 솜방망이 처벌을 한 것도 모자라 뒷짐만 지고 있는 것이냐”며 “건설경기가 최악인 상황에서 중소업체들이 하루하루를 어떻게 버티는지 모르는 형태”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당시 중소건설업체들 사이에서 공정위에 대한 불만의 소리가 높다. 징벌적 성격의 과징금은 부과하지 않고, 법위반 사실만을 통보하라는 사실상의 ‘권고’로 불공정거래가 시정되겠냐는 반문이다.


중소건설사들은 LH에 절대적인 약자, 영원한 을(乙)의 위치다.

시공업체들은 중소건설사들로 LH로부터 지속적으로 공사를 수주해야 한다.

 

때문에 주택분야 최대공기업인 LH의 부당행위에 대항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번 건과 관련해 민사소송을 제기한 업체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지방의 한 중소건설업체 관계자는 “공정위가 LH에 제소를 당할 것을 우려해 과징금을 부과하지 못했다는 말들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의 정서는 이러한데도 공정위는 지난달 초 건설업계에 공정한 하도급질서가 정착되도록 하겠다며 표준하도급계약서를 대폭 개정했다.

 

중소건설업체 한 관계자는 “너희들이나 잘해”라는 비난은 이런 현상을 두고 흘러나오는 자조적 저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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