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을 통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실적 쌓기용’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건설관리공사의 민영화를 두고 이 같은 문제제기가 많다.


정부는 지난 8월 11일 공기업에 대한 제1차 선진화 추진계획에서 41개 기관에 대한 민영화, 통합, 기능조정 등 방안을 발표한데 이어 지난 8월 26일 29개 공공기관을 통합하고 3개 폐지하며 7개에 대해서는 기능을 축소하는 내용의 제2차 선진화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1차 선진화 추진계획에 따라 한국건설관리공사는 오는 2011년까지 민영화된다. 
  

그러나 한국건설관리공사의 경우 별도의 예산 지원이 없는데다 이미 민간기업과 경쟁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민영화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민영화를 해도, 예산절감이나 경영효율성은 향상되지 않으며 또한 민간에 매각해도 납입자본금 90억원을 국고로 돌려받는 것 외에 별다른 실익은 없다.
주식 재평가를 통해 매각이익을 낸다하더라도 고작 200억원 안팎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민영화를 강행하면 오히려 공기업 특유의 ‘소신감리’가 위축돼 ‘부실감리’ ‘유착감리’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공기업 인으로서 신문이 보장된 한국건설감리공사 감리단은 민간 감리단과는 차별화된 소신감리를 펼쳐왔다.
지난 2005년 서울 K구청의 도로보수공사감리는 한국건설관리공사만이 할 수 있었던 ‘소신감리’의 대표 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당시 도로보수공사를 실시한 K구청의 설계초안에는 인도의 가로수를 뽑아 다른 곳으로 옮겨 심었다가 공사 완료이후 다시 제자리에 심도록 설계됐었다.
그러나 공사과정에서는 가로수를 피해 공사를 마무리 했다.
무리 없이 공사를 마쳤으며, 이에 따라 가로수 이전 비용은 절감됐다.


그럼에도 K구청은 가로수를 옮겨 심은 것으로 가장해 ‘가로수 이전비용’이 발생된 것처럼 꾸민 서류를 감리단에 제출하고 결재 서명을 요구했다.
현장을 지켜보고 있던 한국건설공사 감리단장은 “가로수를 이전하지 않았는데도, 가로수 이전 비용을 포함한 서류에 결재를 할 수 없다”며 서명을 거부했다.
회유와 협박 등 한동안의 힘겨루기가 진행됐지만, 결국 설계변경을 통한 시공방법 변경으로 결론지어졌다.
현장감리의 소신이 국민세금, 국가예산을 지켜낸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은 소신감리는 민간감리업체에서는 찾기 힘든 사례라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행법상 현장 감리에 대한 인사권은 사업시행자에게 주어져있기 때문인 것이다.
현행 건설기술관리법에 시행청은 현장 감리의 태만 등을 빌미로 감리업체에 감리원 교체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악용, 심야에 폐기물 등을 공사현장에 몰래 묻은 뒤, 소신감리를 펴는 민간 감리원을 골탕 먹이고 교체하는 사례는 이미 흔한 수법이 된 실정이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신분보장이 약한 민간감리업체에 비해, 공기업 감리단은 소신 감리를 펼 수 있는 장점이다.
그러나 2011년 한국건설관리공사가 민영화되면, 이제 이 같은 소신감리는 찾기 힘든 전설로 남게 될 형편이다.


한국건설관리공사 한 관계자는 “한국건설공사 민영화는 소신감리의 가치를 모르는 처사”라며 “특히 예산절감이나 구조개혁 등과는 아무런 상관도 실익도 없는 ‘민영화 실적 채우기’에 불과한 선진화 조치”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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