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터키 시놉(Sinop) 원전사업이 일본에 뺏겼다. 
그동안 한-터키 정부간협약(IGA) 협상에 돌입한 뒤 주무부처 장관이 두번, 차관이 한번 터키를 방문한 결과 치고는 너무 초라한 성과다.
UAE 원전 수주 이후 원전 수출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는 기대감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원전 수출 전략을 재정립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낮은 조달금리 내세운 일본

터키와 일본은 24일 원자력발전소 건설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

일본은 UAE 원전수주에서 한국에 패한 뒤 지난 10월 민관 합동조직인 ‘국제원자력개발주식회사’를 출범시키는 등 이전과 달리 수주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일본의 강점은 자금 조달 능력이다.

일본은 조달금리가 낮기 때문에 전력 판매 단가가 낮더라도 손익을 맞출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일본의 2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1.9%(22일 종가 기준)로 연 4.6% 선인 한국보다 2.7%포인트가량 낮다.

 

터키는 리보(LIBOR)에 조달금리를 150bp(1bp=0.01%) 정도를 요구한다.

하지만 국내 금융사의 조달 금리는 리보에 180bp 정도를 얹어줘야 하기 때문에 30bp 가량의 역마진이 생긴다. 

 

◇‘선 원전건설 후 발전수익’ 가격차 최대 쟁점

총 사업비가 200억 달러에 달하는 시놉 원전사업은 우리나라가 지난 6월 터키 측과 정부 간 협력 MOU를 체결하면서 사실상 수주에 성공하는 듯했다.

 

정부는 당초 G20 정상회의에 맞춰 지난 11월 13일 서울에서 열린 한·터키 정상회담에서 터키 원전 수주를 확정짓는 ‘정부 간 협약(IGA)’체결을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이번 정부 간 협약이 불발로 끝난 가장 큰 이유는 터키 원전의 특이한 사업 방식에서 비롯됐다.

원전은 건설과 운영에만 20년가량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다.

전력 판매 단가가 1㎾당 1센트만 달라져도 연간 4000억원,20년간의 원전 운영기간 중 총 8조원이 왔다갔다하기 때문에 한국은 터키 원전의 사업성을 높이기 위해 전력 판매 단가를 높여달라고 요구했지만 터키는 전력 가격 상승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양국 간 협상은 결렬됐다. 

 

◇국내 원전 수출전략 ‘재정비’ 시급
지난해 UAE 원전 수주 이후 러브콜이 쇄도하던 한국형 원전 수출이 오리무중에 빠졌다.

요르단 원전은 프랑스 아레바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컨소시엄에 내줬고 리투아니아 원전도 최근 수주의사를 철회하는 등 해외 대형 국책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신흥국을 중심으로 430기에 달하는 원전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향후 2∼3년내 말레이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이집트 등과 원전 도입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나라마다 다른 입지조건, 자국법의 제한요소, 신흥국 특성에 따른 부족한 자금 뿐만 아니라 발주자의 과도한 요구라는 변수도 수시로 작용하기 때문에 치밀한 전략이 필요하다. 

 

광산·천연자원 등과 연결하는 ‘패키지딜’ 기법이나 산업협력을 내세우는 등 새로운 수출기법을 마련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다른 국가와 합종연횡을 통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것도 한 방안으로 꼽힌다.

 

한 국제금융 전문가는 “원전 발주국이 보유한 광물자원 및 타 에너지원에 대한 담보 비중을 높여, 우리 측 파이낸싱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도 건설 후 발전수익에만 의존하는 것보다 외국 대형자본과의 공동 투자라는 모델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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