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철강사들의 분기별 철강가격 결정을 앞두고 철강가격 향방이 안갯속이다.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 협상이 연간 단위에서 분기별로 바뀐 뒤 철광석 스팟 가격 변동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17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내년 1분기 시작을 한 달 앞두고 철강사들이 분기 철강가격 검토에 나섰다.

 

국내 열연강판 공급 증가로 강관업체들에 유리한 업황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불명확해 섣불리 인상을 예측할 수 없어 강관업계는 당장 내년이 불투명하다.

 

이런 가운데 업계가 수요 회복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부족해 가격 정책과 관련해선 공급자나 수요자 어느 쪽에서도 뚜렷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있다.

철근·형강류의 주원료인 철스크랩의 가격동향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

 

올 초 두 배 가까이 뛰었던 철광석 현물 가격이 4월 이후 급등세가 꺾인 후 하반기 넘어서는 급락세를 보였다.

 

세계 최대 철광석 수입국가인 중국의 철광석 스팟 가격은 지난 7월 1t당 118달러까지 떨어졌었지만 다시 상승을 시작해 최근 1t당 135달러에 거래됐다.

 

인도산 철광석 스팟 가격 역시 지난 7월 124달러로 지난해 말 수준까지 떨어졌지만 다시 올라 최근 1t당 160달러까지 회복했다.

 

국내 철강 시장에서도 이 같은 흐름이 반영돼 현대제철은 이달부터 철근· H형강 등 봉형강류의 수출 가격을 1t당 30달러 가량 인상했다.

 

수요 회복을 예측할 수는 없지만 철스크랩의 가격의 상승으로 인상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는 게 현대제철의 입장이다.

 

가격 예측의 불확실성은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을 늘리는데도 발목을 잡는 요인이다.

가령 한 업체가 내년 1분기에 소재값이 t당 85만원인 상태에서 수주를 했는데 막상 프로젝트가 시작되는 2분기에 소재값이 오르면 손해를 고스란히 입게 되는 것.


계약 당시보다 다음 분기 가격이 떨어지면 재고차익을 볼 수 있지만 사업의 불안정성이 근본적인 문제로 여전히 남는다.

 

포스코, 현대제철 등 제강사들이 올해부터 짧아진 가격 변동주기에 따라 수요업체들에게 가격 변동에 대한 여유 시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분기 가격 정책이 시장에 큰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을 막기 위해서는 공급사와 수요사 간 안정적인 수익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시급하다.

가격 변동성을 보전할 수 있는 안전장치 마련과 함께 업체당 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최근 철강 시장은 원자재 계약 체계가 연간에서 분기로 바뀌는 등 여러 가지 사정이 혼재돼 있다”며 “원료 가격 흐름의 예측이 어려워 철강재 가격은 하루 하루 전망이 바뀌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료값 변동은 1차적인 문제이고 가격을 예측할 수 있는 안정성이 필요하다”며 “올해는 몇 달 간격으로 포스코의 발표만 기다렸지만 내년에는 현대제철, 동부제철 역시 독자적인 가격 정책으로 재편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국토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