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현대건설 인수전이 현대그룹과 현대기아차그룹 2파전으로 가닥이 잡힌 가운데 본격적인 현대家의 경쟁이 시작됐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 본 입찰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현대그룹과 현대차는 TV 광고와 물밑 여론조성 등으로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파워게임을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향후 인수가격 산정과정에서 출혈경쟁을 불사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현대그룹은 TV흑백광고 속에 현대건설 창업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을 등장시켜 ‘적통성’을 계승한다는 의지를 표명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글로벌 네트워크가 취약한 점을 보완하고자 독일의 하이테크 전문 엔지니어링기업인 ‘M+W그룹’을 전략적 투자자로 확보,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할 태세다.

또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로지엠(현대택배) 등 물류와 수송 중심의 그룹 주력사업에 건설까지 포함시켜 시너지효과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풍부한 ‘자금력’을 앞세워 명분보다 시장논리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자동차, 제철과 더불어 원전 등의 발전사업에서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과 연계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HEV) 및 전기차 등 친환경 자동차에 이르는 에코 벨류체인 완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또 세계 150여개 국가에 자동차를 공급, 8000여 곳의 글로벌 생산 설비와 판매 거점을 확보하고 있어 글로벌 성장기반을 한층 더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다 현대차그룹 계열 건설사인 현대엠코도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종합엔지니어링 및 해외건설에 강점이 있고, 현대엠코는 그룹내 사옥 및 제조시설의 개보수·관리에 치중해 차별화된 분야로 개별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 인수가격이 최대 4조원 정도로 추정되는 만큼 자금력만 놓고 본다면 현대차가 다소 우위에 서 있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인수 비용인 4조원 가량을 감당할 수 있는 현대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것이 가장 설득력 있는 시나리오라는 반응이다. 

 

그러나 채권단은 현재까지 명확한 우선협상자대상자 선정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M&A 전문가들은 “현대건설 인수전에서 최대 변수는 ‘가격’에 대한 부분이 3분의 2 이상은 되지 않겠냐”며 “양측 모두 현대건설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입찰가격이 예상보다 더 높아질 여지도 적지 않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공능력 1위이자 국내 대표 건설사인 현대건설 인수에는 가격 변수 외에도 기업 육성의지와 재무능력, 경영능력 등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해야 한다”며 “변별력 있는 평가방식이 도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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