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해양부가 올 12월 동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경남 밀양과 부산 가덕도 가운데 한 곳을 확정할 예정인 가운데 동남권 신공항 유치전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경남 밀양 유치를 추진하는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4개 시·도와 가덕도 유치를 희망하는 부산은 최적 입지라는 주장을 펼치며 줄다리기를 하는 등 새 공항 유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이들 지역은 민관이 연대해 서명운동과 토론회, 결의문 채택 등 지역 주민들을 선동, 상대방에 대한 흠집 내기도 서슴지 않는 등 자칫 감정싸움까지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팽팽한 입지대결
올 들어 세번째로 열린 동남권 신국제공항 유치 심포지엄이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렸다.
대구·울산·경북·경남 등 4개 시도는 ‘동남권 신국제공항 밀양유치 추진단’을 꾸려 경남 밀양이 최적지임을 강조했다.
밀양유치추진단은 영남권 상생발전과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신공항입지=밀양’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추진단은 밀양은 산업단지를 끼고 있는 영남권 주요 도시에서 1시간 안에 닿을 수 있어 충분한 항공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호남과 충청권에서도 인천공항으로 가지 않고 밀양공항을 선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수도권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원-포트시스템(허브공항은 인천공항 한 곳이면 된다는 논리)에 대처키 위해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데 따른 경제·사회적 낭비 요인, 내륙공항인 밀양 후보지가 해상공항인 부산 가덕도에 앞서는 이유 등을 주장하고 나섰다.
또 밀양 주변에 산이 많아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항공기 이착륙에 장애가 되는 일부 산지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정한 기준까지 깎아내면 문제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부산시도 ‘동북아 제2허브공항 유치기획단’을 신설, 신공항 입지는 정치논리를 배제하고 경제논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가덕도 유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동남권 신공항은 인천공항을 대체하는 허브공항으로 24시간 이용할 수 있고, 육상·해상(부산 신항만) 운송 시스템과 연계 가능한 복합 물류수송체계를 구축할 수 있어야 적자를 면할 수 있다는 논리다.
또 가덕도의 공사비는 9조8000억원으로 밀양(10조3000억원)보다 5000억원이 적게 든다고 주장한다.
밀양은 29개의 산봉우리를 깎아내야 하기 때문에 바다를 매립하는 것보다 오히려 공사비가 더 든다는 것.
부산시는 안전성에서도 가덕도가 우월하다고 본다.
밀양은 주변에 많은 산이 병풍처럼 둘러싸여 있고 연간 평균 안개일수가 32일이나 되지만, 가덕도는 주변에 장애물이 없고 연간 평균 안개일수도 11일에 불과하다는 점을 내세운다.

 

◇지역민 선동 등 유치전 과열
대구·울산·경남·경북 등 4개 시·도는 영남권 주민들을 대상으로 신공항 밀양유치를 위한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서명운동 3개월 만에 이미 400만 명을 넘어섰다.
시가지 주요거리와 관공서 등에는 ‘신공항은 밀양으로’ 등이 새겨진 현수막 등을 내걸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직원들에게 “해외여행 때는 반드시 대구공항을 이용하라, 이를 어기면 사유서를 받겠다”고 특별지시를 내렸다.

 

부산시도 팔을 걷어 붙였다.
부산은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공항 입지를 특정 지역으로 몰아주는 행위는 근절돼야 한다며 다수의 지자체가 뭉쳐 유치전을 펼치는 것을 지적하고 나섰다.
해안항공 입지의 우수성을 중앙정부와 정치권에 집중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정치논리를 배제한 공정한 입지평가 등을 담은 대정부 건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허남식 부산시장은 지난 1월 국토부 기자단을 방문, “동남권 신공항은 단순한 지역발전 차원에서 접근할 것이 아니라 늘어나는 물류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가덕도 입지 타당성을 알리기도 했다.

 

부산과 대구의 이 같은 신경전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양 지역의 입지경쟁이 과열되면서 여론몰이에 급급해하는 등 소모적인 논쟁을 펴고 있다”며 “정치적 논리를 내세우기보다 공항 입지의 적합성과 지역 경제 발전 등에 대해 입지평가단을 설득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 신공항 입지평가위원단은 오는 11월 말까지 세부 평가기준을 마련한 뒤 12월에 최종 입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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