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5곳에서 부실벌점 1, 2, 3, 4, 5점씩을 각각 받은 A사와 5곳 중 1곳에서만 5점을 받은 B사 중 부실률이 높은 쪽은 어디일까?”

 

상식적으로 A사의 잘못이 크지만 새 부실벌점제가 적용되면 부실벌점 부과현장이 많은 A사가 B사보다 유리해지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1개 현장에서 높은 부실벌점을 받은 건설사가 평균 부실벌점을 낮추기 위해 낮은 벌점의 현장부실을 고의로 만들어 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에 따라 새 부실벌점 경감제도가 시행되기 전에 사전 보완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형평성 논란으로 건설업계의 ‘핫이슈’로 떠오르던 새 부실벌점 경감제도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가점제도를 폐지하고 감점만 계산하는 내용의 ‘건설기술관리법 시행규칙 개정안’ 이 10일 국무회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부실벌점 경감제도는 시공결과에 대한 기존의 가점방식을 없애고 벌점방식만 적용된다.

우수건설업자 지정에 3점, 행정기관 표창에 2점 등 가점을 주던 기존 방식이 대기업에 혜택을 주는 결과를 낳았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특히 시공이 정상적으로 진행된 것을 두고 가점을 주는 것은 부실벌점제도의 실효성을 떨어뜨린다는 게 이번 개정안의 주된 이유다.

 

건설업계는 지난 5월 입법예고 이후 “새 부실벌점제는 상식적으로 맞지 않다”며 제도의 불합리성을 개진, 기존 제도의 유지를 요구했지만 수용되지 못했다.

 

건설업계는 기존의 가점을 없애고 벌점만 적용하는 방안이 업계의 시공 품질확보 자정활동을 유도하는 데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기존 제도의 유지를 요구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잘한 것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주고 잘못된 것에 대해서는 감점을 주는게 당연하다”면서 “우수업체를 지정하고 표창하는 것은 성실하게 시공하는 업체를 인정하는 제도이며 일부 도덕적 해이 문제는 운영상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점검현장 5곳 중 1개 현장의 부실만 발견돼 벌점 5점을 받은 건설사와 5개 현장에서 1,2,3,4,5점의 부실벌점을 받은 건설사의 평균벌점은 3점이돼 부실현장이 많은 건설사가 벌점이 적은 건설사보다 유리해지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현 제도 유지에 대해서는 불가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현 제도의 허점 탓에 부실벌점이 의미를 상실하면서 매년 부실벌점으로 건설공사 PQ 불이익을 받는 건설사는 10여개사에 불과하다”며 “부실벌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한 불가피한 개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PQ에서 줄줄이 탈락하는 사례가 급증할 것으로 분석된다.

건설업계는 개정 벌점체계 아래 1개 현장에서 높은 부실벌점을 받은 일부 건설사가 평균 부실벌점을 낮추기 위해 낮은 벌점의 현장부실을 고의로 만들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4개 반기의 벌점을 평균해 산정하는 부실벌점 특성상 새 벌점제의 직접적 영향은 2년 후부터 본격화할 예정이지만 부실현장이 많은 일부 건설사의 경우 내년 상반기부터 바로 부실벌점으로 인한 PQ탈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적용되면 1개 현장에서 높은 부실벌점을 받은 일부 건설사는 평균 부실벌점을 줄이기 위해 낮은 벌점의 현장부실을 고의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라며 “치열한 수주경쟁 속에 한 건 공사가 아쉬운 업계의 절박한 사정을 고려할 때 고의부실을 만들어낼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PQ에서 감점 기준만 적용되면 사전심사 준비에 차질이 생긴다”며 “기존에 감점과 가점제 방식에 따라 입찰에 나서는 관행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번에 개정안이 시행되면 업계에 큰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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