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서의 임기를 마치고 이제 7월 30일자로 한국가스공사를 떠난다. 2년에 걸친 공기업 감사위원직을 마감하는 소회가 남다르다. 


주지하듯이 공기업에 대한 세간의 여론은 그렇게 좋지 못한 편이다. 공기업들이 잘 하는 일은 널리 알려지지 않는 반면에, 일부 잘못된 행태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면서 우리 국민들이 공기업의 실상을 잘못 알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국민들의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경우가 가끔 발생하고 있지만, 대다수의 공기업 임·직원들은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만 아니라 도덕적인 측면에서도 대체로 양호하다고 믿는다.


다만, 공기업 임·직원들은 넓은 의미의 공직자이며 고용이 안정적이라는 점에서 국민 평균보다는 더 높은 책임감과 도덕성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공기업은 현재의 상황에 스스로 만족할 것이 아니라 더 많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해나가야 한다. 공기업 임·직원이라고 해서 지나친 희생과 양보를 요구받을 수는 없겠지만, 국민의 공기업으로서 매사를 공기업의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할 것이다.
 

공기업 임·직원들은 기능적으로 뛰어나고 성실하다고 할 수 있다. 대다수 임·직원들이 해당 분야에서 오랫동안 근무해왔고 공기업 특유의 공공성 마인드가 몸에 배여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직원들의 장기근속에 따라 역동성은 다소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여러 정부기관들에 의한 과도한 통제 때문에 적극성이 떨어지고 사기업이면 불필요한 업무 부하를 많이 안고 있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 정부의 공기업 정책이 변해야 한다. 작금의 통제 위주의 정책에서 자율과 책임을 양립하는 정책으로 바뀌지 않으면 안 된다. 실질적인 자율성을 주고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을 엄중하게 묻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금년부터 자율경영 제도를 시범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명실상부한 자율경영 제도와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보완이 요구된다. 또한 정부의 공기업 통제 기관도 최대한 줄여야 한다. 지금처럼 감사원, 기획재정부, 국민권익위원회, 총리실, 국회 등으로부터 과도한 통제를 받고서는 공기업이 자생력을 키우기 어렵다.   
 

이와 더불어 공기업 스스로 역동성과 유연성을 배가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공공성을 살리면서도 사기업의 장점을 접목해야 한다. 그동안은 정부가 효율화와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이런 제도들을 강제한 측면이 강하다. 물론, 그 제도들의 허와 실은 별개로 따져봐야 하겠지만, 어쨌든 공기업은 글로벌 시대에 부합하는 경영의 틀을 갖추어야 한다. 나아가 창의적 사고를 연마하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중요하다. 오히려 고용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장기적 안목에서 그런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성이 절실한 것이다. 공기업으로서는 “외부의 변화가 조직 내부의 변화보다 크다면 최후가 가까워진 것이다”는 잭 웰치의 말을 명심해야 할 시점이다.

 


2010년 7월 26일
한국가스공사 정광윤 상임감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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